최종편집:2026-04-22 03:06:59

나운규의 아리랑과 가네코 후미코의 만남

-‘박열 의사 문학 토크콘서트’ 아리랑 공연에 즈음해 -
아리랑도시문경시민위원장 이만유

오재영 기자 / 2208호입력 : 2025년 11월 27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나운규의 아리랑과 가네코 후미코의 만남 ,공연의 취지 및 의의 설명-이만유
나운규의 아리랑과 가네코 후미코의 만남 ,가네코 후미코-박열의사기념관


오늘 우리는, 조국광복을 위해 일생을 항일 독립투사로 의지를 불태우신 애국지사, 아나키스트 박열 의사와 사상적 동지이자 부인인 가네코 후미코 여사 두 분의 고귀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문경 정신문화의 산실이며 불변의 애국혼이 스며있는 박열의사기념관에서 아리랑을 부릅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이 삶을 영위하면서 희로애락에 따라 때로는 신명풀이, 또 어느 때는 가슴속 한을 풀어내는 한풀이 노래로서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속 음악입니다. 그래서 아리랑은 한의 노래이며, 희망의 노래입니다.

아리랑은, 하나이면서 여럿이고, 같으면서 다르며, 옛것이면서 오늘의 것이고, 나의 노래이면서 너의 노래이고, 우리의 노래라고 합니다. 어느 유명 국악인은“아리랑은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다 담고 있다. 아리랑 첫 소절만 불러도, 절절한 선율이 가슴을 툭 치고, 대한민국이란 네 글자가 떠오른다”라고 했습니다.

저항·대동·상생, 이는 아리랑의 3대 정신입니다. 오늘 박열의사기념관에서 개최되는 ‘박열 의사 문학 토크콘서트’에서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들이 고난의 세월을 살아오면서 가슴속에 맺힌 애환과 한을 녹여내는 다듬이를 두드리고, 아리랑을 부르면서, 아리랑 정신과 치열하게 투쟁한 의사, 열사들의 독립운동을 생각해 봅니다.

지난 10월 문경새재에서 ‘찾아가는 아리랑학교’를 개최할 때 이국 먼 땅 호주에서 오신 교민 한 분이 망향의 그리움과 한이 켜켜이 쌓인 가슴으로 살아오다가 일시 귀국하여 그날 우연히 들은 다듬이 소리와 아리랑 노랫가락에 그만 무너져 내려 펑펑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왜 눈물 흘렸을까요? 바로 다듬이 소리와 아리랑은, 우리의 소리이고 망향의 소리이고 치유의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의 3대 정신 중에서 ‘저항’을 첫머리에 둔 것은 민초들이 비록 힘없는 약자이지만, 전쟁과 수탈, 가난과 핍박 속에서 고난의 세월을 살면서도 결코, 굴하지 않고 맞서 버티는 가운데 표출된 저항의 언어가 아리랑 사설이 되고 가락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다듬이 소리에도, 아리랑 노랫가락에도 저항의 정신이 핏빛처럼 스며있습니다.

내년은 가네코 후미코 여사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연히도 2026년은, 우리 역사상 근대 영화로서 큰 의미를 지닌 나운규의 영화‘아리랑’이 서울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후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 영화의 주제곡이 아리랑이고 그 아리랑이 바로 우리나라 대표 아리랑인 본조아리랑입니다.

영화 아리랑의 핵심 줄거리는, 3·1운동으로 고문을 당하고 정신이상이 된 주인공 영진이 누이동생을 범하려는 악덕 지주의 청지기이자 왜경 앞잡이인 기호를 낫으로 찔러 죽이게 됩니다. 영진은 살인범으로 왜경에게 체포되어 두 손이 포승줄에 묶긴 채 아리랑고개를 넘어갈 때 백성들이 모두 함께 아리랑을 부릅니다. 그때 부르는 노래는 왜경의 총칼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피지배국의 힘없는 백성들이 맨손으로 저항하는 하나의 수단이었습니다. 이 저항심 가득 찬 노래가 전국 팔도에 퍼짐으로 저항적 민족의식이 표출되고 대한민국 독립을 외치는 소리와 행동이 불꽃처럼 번졌던 것입니다.

1910년 치욕의 국권피탈에 의한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은 35년간 일제강점기에 의병 및 독립운동을 치열하게 전개하며 저항했던 애국지사들이 많습니다. 오늘 박열 의사 그리고 가네코 후미코 여사와 아리랑의 만남은 투쟁 방법은 달라도 근원적으로 동질성을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광야에 이는 새봄의 기운」 토크 콘서트의 주제가 ‘저항의 불꽃과 자유의 언어’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저항의 불꽃’과 ‘저항의 노래’ 아리랑의 만남을 계기로 2026년 내년, 가네코 후미코 여사 서거 100주년과 나운규 영화 아리랑 개봉 100주년의 해를 맞아 피지배국의 아픔을 가진 채 독립운동이란 대명제하에 애국심으로 독립투쟁을 전개한 두 분의 저항은 그 본질이 같은 것임으로, 두 저항의 역사가 다시 함께하는 기념식을 기획, 거행한다면 그 뜻은 배가되고 시너지효과 또한 크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아리랑과 독립운동은 다르면서 같고 같으면서 다르지만, 동시대를 살면서 박열 의사와 가네코 후미코 여사는 일본에서 아나키스트로, 나운규 감독은 조선에서 영화로, 그리고 아리랑 노래로, 방법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목적과 이념은 같은 독립운동을 한 것입니다.

아리랑고개는 어디일까요?
한민족 심성 속에 있는 상상의 고개일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역사가 증명하는
‘실제적 아리랑고개는 문경새재’입니다.

신경림 시인은 ‘새재’라는 장시에서
“저 고개 넘으면 새 세상 있다는 데
우리끼리 모여 사는 새 세상 있다는데”라고 노래하였습니다.
‘문경새재’를 넘으면, 새 세상, 이상향,
유토피아가 있다는 뜻입니다.

오늘 우리는 그분들 후세대로 그 사상과 정신을 기리고, 여기 참석하신 여러분은 물론, 5천만 국민 모두와 함께 대한민국의 번영과 자유민주주의가 꽃피우길 바라며, 우리 모두 손잡고 저항의 기치를 높이 들고 아리랑을 부르면서 아리랑고개 문경새재를 넘어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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