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지역 제조기업을 찾았다. 오래된 설비와 새로 들여온 디지털 장비가 어울린 공장에서 대표는 AI 기반 품질 데이터 그래프를 보여주며 조심스레 말했다.
“요즘 고객사들이 AI 적용 여부를 먼저 묻습니다. 우리가 조금만 늦어도 경쟁에서 바로 밀릴 것 같습니다.”
현장의 절실함이 담긴 이 말은 지금 대구·경북 기업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AI·AX(AI Transformation) 시대는 산업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미 세계 제조기업들은 예지보전, 비전검사, 생산 자동화에 AI 기술을 결합하며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품질·원가·납기 같은 제조 경쟁력은 더 이상 경험과 감각만으로 지킬 수 없다. 특히 지금 가장 빠르게 벌어지는 격차는 자본도 설비도 아니다. AI 활용 격차다. 실제 AI 활용률은 대기업 48.8%, 중소기업 28.7%, 수도권 40.4%, 비수도권 17.9%로 기업 규모와 지역 간 격차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속도 차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지역 전체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AI 필요성을 느끼는 기업조차 실질적 도입 단계에서 멈칫 한다는 점이다. 초기 비용에 비해 성과가 바로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 “우리 공정에는 맞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 거리감, IT·데이터 담당자조차 없는 인력 현실, 노후 설비와 수기 기록으로 인한 데이터 한계, 과거 스마트공장 도입 과정에서의 시행착오가 남긴 불신, 생산이 우선인 제조 현장의 특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AI 도입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기술적·심리적 장애물이 동시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한 해법은 명확하다. 지역 안에서 AI 혁신이 굴러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AI 도입이 아니다. AI를 지역 산업의 기본 생산역량으로 끌어올리는 전면적 전환이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2차 추경에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예산을 반영했고, 대구는 이 중 236억 원을 확보하며 지역 산업의 AI 기반 재편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대구의 전략산업에서도 AI 예지보전, 비전검사, 생산 스케줄링 같은 기술을 빠르게 실증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특히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테크노파크, 대구기계부품연구원, 대학·연기관과 협력해 기업의 디지털 수준과 현장 문제를 분석하며, AI를 “어렵지 않고 바로 쓸 수 있는 기술”로 만드는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소규모 제조기업에는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공정부터 시작하는 AI”, 스마트공장을 보유한 기업에는 “스마트공장 2.0 고도화 AI”,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소기업과 소공인에게는 “초간단 AI 패키지”를 제공해 문턱을 낮추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핵심은 단 하나다. 작게 시작하더라도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AI를 만드는 것이다.
또 AI 전환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다. 지역 기업의 생존 전략이며, 대구·경북이 새로운 성장 무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지방시대는 선언만으로 오지 않는다. 준비하고 실행하는 지역만이 앞서갈 수 있다.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은 앞으로도 현장에서 기업의 목소리를 들으며, AI 시대에 우리 지역 기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 지방의 미래는 결국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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