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2 02:50:48

분배지표 개선에도 국민 60% "격차 심화"

주범은 '집값·밥상 물가'
소득 96% 쓰는 1분위 자산 축적 '막막'
치솟는 식비 구매력 '뚝' "월급 모아 집 못 산다"
자산 하위 20% 수도권 내 집 마련에 124년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233호입력 : 2026년 01월 08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뉴스1>

지난 10년간 소득 분배 지표가 수치상으로 개선됐음에도 국민 10명 중 6명은 "불평등이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소득 대부분을 필수 생계비로 지출해야 하는 저소득층 소비 구조와 급등한 주택 가격으로 인한 자산 격차가 통계와 체감 사이의 '괴리'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다.

지난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한국의 소득 분배와 체감 분배 간 괴리에 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 배율 등 주요 분배 지표는 최근 개선 흐름을 보였다.

2024년 기준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2011년(0.387)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320대까지 하락했고,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 역시 같은 해 5.7배 수준으로 낮아지며 수치상 불평등은 완화됐다. 보사연은 기초연금 인상과 각종 수당 지급 등 정부의 재정 정책이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해 준 결과로 분석했다.

하지만 국민의 주관적 인식은 지표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소득 분배 인식 조사' 등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약 60%는 "지난 10년간 소득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반면 "격차가 줄었다"고 인식한 비율은 소수에 불과해 객관적 지표 개선이 국민의 인식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 같은 괴리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계층 간 소비 여력의 격차 △필수 생계비 부담 가중 △부동산 등 자산 불평등 심화를 꼽았다.

연구진은 우선 저소득층일수록 고물가와 경기 변동에 취약한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2024년 기준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비 성향은 9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소비 성향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 지출의 비율을 뜻한다. 1분위 가구는 100만 원을 벌면 95만 6000원을 소비 지출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식비, 주거비, 의료비 등 필수적인 생계유지 비용을 제외하면 저축이나 투자를 위한 여유 자금(흑자액)이 사실상 거의 없는 구조다.

반면 동일 시점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 평균 소비 성향은 53.2%에 그쳤다. 고소득층은 소득의 절반가량만 소비하고 나머지 절반은 저축하거나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증식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가구 소득을 기준으로 한 분배 구조는 더욱 평등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어 사람들의 인식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와 임금, 자산 등 다른 경제적 자원의 분배 현실은 여전히 부정적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식료품비 등 물가 상승도 분배 인식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전체 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엥겔지수)이 현저히 높았다.

분석 결과 1분위 가구는 전체 소득의 약 30%를 식료품비(외식 포함)로 지출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5분위 가구의 식료품비 지출 비중은 약 10%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식료품 가격이 오를 때 저소득층이 고소득층보다 3배가량 더 큰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과도한 생활비 부담과 상대적 임금 상승의 정체 역시 분배 인식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확인됐다"며 "특히 필수재 가격 상승은 저소득층의 체감 경기를 얼어붙게 만들어 지표 개선 효과를 반감시켰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구진은 지난 2023년 기준으로 식료품비는 경상소득 지니계수(0.344)를 0.035포인트(p) 증가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그 효과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 격차 확대 역시 통계와 체감의 괴리를 키운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수년간 주택 가격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크게 웃돌면서, 근로소득만으로는 자산을 축적하거나 계층 이동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순자산 1분위 가구가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은 2016년 68년에서 2023년 124년으로 늘어났다. 평균 수명을 감안하면 사실상 구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중간 소득 가구 역시 2016년 5.7년에서 2023년 9.7년으로 늘어났다.

연구진은 주택 가격 급등이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간의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켰으며, 이것이 국민에게 단순한 소득 격차보다 더 심각한 불평등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집 마련의 가능성이 작아졌고, 이에 따라 노동의 가치가 자산 소득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했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전체 자산 분위에서 아파트 구입이 어려워졌지만, 경제적 자원의 대부분을 노동 소득에 의존하는 절대다수의 박탈감이 더욱 커졌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론적으로 단순한 소득 보전을 넘어선 정책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제언했다.

연구진은 "필수적인 재화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저자산 집단에 대해서는 공적 이전 소득을 확충해 지출 부담을 경감해줘야 한다"며 "지출 부담 경감을 위한 필수 재화 소비에 대한 바우처 제도 지원 요건도 완화할 필요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산층 이상에 대한 정책으로 주택 공급 확대 등 자산 축적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실거주용 자산을 보유할 수 있도록 이자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출 부담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는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간 소득자에게도 확인되는 문제이므로 사회보장 제도의 포괄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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