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1 21:40:09

병오년(丙午年), 문경의 말(馬) 지명 이야기

향토사연구가 이만유
오재영 기자 / 2236호입력 : 2026년 01월 12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이만유-
-농암 말바위-

-동로 말무덤-
-문경새재 적토마-ChatGPT -

-점촌 창리 갈마봉-

 우리가 살고 있는 문경에는 말(馬)과 관련된 지명이 몇 곳이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육십갑자 중 43번째인 병오년(丙午年), 2026년 붉은 말의 해가 솟았다. 우리나라 국토 중에 말과 관련된 지명은 2013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에 744개소, 경상북도에 102개소, 문경시에는 영순면 말응리 ‘말바위골’과 사근리 ‘천마산’, 문경읍 중평리 ‘마전령’과 마원리 ‘용마골’, 호계면 부곡리 ‘마골’ 이렇게 5개소가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문경시에 말과 관련된 지명이 20여 개소가 있으며 전수 정밀 조사를 하면 더 많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가팔라서 말이 굴러떨어진다는 마전령(馬轉嶺)
마전령(말구리재 946m)은 문경시 산북면 가좌리와 문경읍 중평리의 경계 지점에 있는 고개로 고갯길이 너무도 가파르고 험해서 말이 굴러떨어질 정도라서 붙여진 지명이다. 이 마전령을 왕이 지나갔다. 1361년 겨울, 고려 제31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경북 안동으로 몽진(蒙塵)할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관도(官道)인 계립령(鷄立嶺-하늘재)을 지나 마전령을 넘어 산북면 가좌리에 머문 적이 있었다. 이때 마을 주민들이 추운 날씨와 먼 길에 지친 공민왕을 지극정성으로 모시자,  왕이 아름다운 마을 풍경과 환대에 감동해  가좌목(佳佐目-加佐目)이란 마을 이름을 하사하고 환도 후에도 많은 재화를 내려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전국적으로 다수의 말구리재가 있으며, 고개마다 전설, 역사, 사연들이 남아 있는데 도적이 출몰하고, 결혼식을 치르려고 말을 타고 고개를 넘어 신부가 있는 집으로 가던 신랑이 말이 구르는 바람에 떨어져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대대로 천 석이 난다는 갈마음수형(渴馬飮水形) 명당
문경 관내에 목마른 말이 목을 축이는 갈마음수형 명당이 세 곳이나 있다. 산양면 봉정리 진등에서 산북면 서중리 장자울로 넘어가는 갈마굿재(장잣고개)와 마성면 신현리 갈막 서두들 북쪽 골짜기에 또 하나, 호계면 별암리와 점촌 창동 사이 영강이 흐르는 곳에 영강구곡 제5곡인 별암(鱉岩-자라바위)이 있고 그 남쪽에 있는 산이 갈마봉(渴馬峰)이고 여기가 바로 갈마음수형 명당이다. 산세가 말의 형상을 하고 머리 부분이 영강에 닿아 있어 목마른 말이 물을 마시는 형세다. 그런데 이곳에 오래전 도로를 내면서 머리 부분을 관통시켜 터널을 냈는데 그것이 바로 갈마봉터널이다. 이렇게 말의 머리 부분을 깨어버렸으니, 명당의 기운은 사그라들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몇 년 전 강변도로 확장 포장을 하면서 말머리 바위를 완전히 제거해 버렸으니 이젠 이곳의 멋진 풍광은 물론이고 부자가 된다는 명당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다. 일부 풍수지리학자는 깨어진 기(氣)로 인해 점촌이 힘을 잃게 되었다고 한탄하기도 하였다.

◇말무덤과 연주패옥(連珠佩玉)
필자가 3년 전 「조선의 명당 ‘연주패옥’과 ‘말무덤’」이란 제호로 이미 기고한 바가 있지만, 문경시 동로면 적성리 무송대(舞松臺)에 있는 말무덤은 조선의 명재상 약포 정탁 대감과 임진왜란 때 중국 명나라 원정군 사령관 이여송을 수행한 풍수 전략가 두사충(杜師忠)과의 인연에 의해 생긴 무덤이다. 두사충이 벽제관(碧蹄館) 전투의 패전 책임을 지게 되어 참수(斬首)당하게 될 위기에 처했을 때, 약포 정탁 대감의 구명으로 목숨을 유지하게 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신후지지(身後之地)를 잡아주었는데 그곳이 바로 조선의 팔 대 명당의 하나라고 하는 연주패옥혈 명당 묘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유일하게 이곳 명당 터를 알고 있는 대감의 구종(驅從-하인)이 정탁 대감의 아들과 함께 무송대에 이르러 두사충이 알려준 명당이 있는 지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려고 할 때, 갑자기 말이 뒷발질하여 구종이 즉사하게 되었다. 순간 일어난 일에 화가 난 아들이 단칼에 말의 목을 베었다. 이렇게 하여 천하대명당(天下大明堂) 진혈(眞穴)은 세상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이 영원한 시간 속에 묻혀버렸다. 천기를 누설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인지 알 수 없으나 무송대에는 지금도 영원한 비밀을 안고 침묵한 채 누워있는 그때 그, 말이 묻힌 말무덤이 남아 있다.

◇후백제 왕 견훤과 말바위, 천마산(天馬山)
삼국사기에 의하면, 문경 가은에서 부부가 밭일할 때 옆에 있는 나무 밑에 아기를 두었는데 호랑이가 찾아와 젖을 먹였다는 설화의 주인공이 바로 후백제 건국시조 견훤이다. 견훤이 왕이 되기 전 왕궁지가 있는 농암면 궁기에서 대망의 꿈을 가슴에 지닌 채 지낼 때 말바위(馬巖)에서 용마(龍馬)를 얻었다. 견훤은 하늘이 대업을 이루라고 주신 용마라고 생각하면서 기쁜 마음에 말의 능력을 한번 시험해 보기로 하고 화살을 쏨과 동시에 말을 달려 목적지에 이르니 거기 이미 화살이 꽂혀 있었다. 이에 화가 난 견훤이 칼로 말의 목을 베는 순간, “피웅∼”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날아와 나무에 박혔다. 처음 본 화살은 며칠 전 쏜 화살이었다. 이는 하늘이 준 용마를 얻고 잃었으니, 견훤은 대업은 이루되 또한 쉽게 폐망을 예견하는 의미를 지닌 설화라고 볼 수 있다. 결과는 역사가 말하고 있다.

천마산은 농암면 농암리와 가은읍 민지리 경계에 있다. 견훤이 이곳에서 군사를 조련시켰다는 곳으로 알려졌다. ‘여지도서’와 ‘조선환여승람’ 등의 문헌에 천마산, 성재산(城在山)에는 견훤산성, 천마산성, 백제성으로 불리는 성지(城址)가 남아 있다고 하였다. 천마산에는 위에 기술한 용마와 말바위에 얽힌 전설과는 약간 다른 버전의 전설이 있다. 천마산에 돌샘(石泉)이 있고 그곳에서 기상이 늠름하고 민첩한 야생마(천마, 용마) 한 마리를 얻어 이 말을 시험해서 말과 화살 중 어느 것이 빠른가를 보려고 하다가 위의 전설과 같은 결과에 그만 말의 목을 쳤다는 것이다. 단, 여기서는 용마를 얻은 장소가 천마산이고 화살을 쏜 목표 지점이 가은읍 아차마을이 아니고 농암면 연천리 벼랑 쪽이었다. 당시 말의 목을 벨 때 흘린 피가 바위에 스며들어 붉게 물들었고 그 벼랑 이름을 말바위라 했다고 전해진다. 천마산이라는 지명은 전국에 많이 있으며 문경에도 이곳 말고 아름다운 옛 나루터 금포 백포와 삼강주막과 달지주막을 품은 낙동강을 바라보며 우뚝 솟은 영순면 사근리에 천마산(天馬山 278m)이 있다.

◇암행어사 박문수가 마패를 걸어두었다는 마패봉(馬牌峰)
문경새재 조령관을 품고 있는 마패봉(마역봉馬驛峰-925m)은 낙동강 수계와 한강 수계를 가르는 분수계가 되는 곳이며 백두대간(白頭大幹)이 지나는 산이다. 조선 시대 유명했던 암행어사 박문수가 조령을 넘어가다가 잠시 쉴 때 마패를 나뭇가지에 걸어 놓았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그 외의 말과 관련된 지명으로는 문경읍 마원리(馬院里)에 있는 옛 문경현 신남면(身南面) 마포원리(馬砲院里)의 마원(馬院)이 있는데 조선 시대에는 군졸들이 말을 타고 총을 쏘며 훈련했다고 하여 마포원(馬砲院)이라 하였고, 마판(馬板)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백화산 기슭에 용마골(龍馬谷)과 현 읍사무소 앞 지점에 옛 문경현에서 관용 말을 사육하던 곳으로 마방(馬房) 터가 있다.

산양면 현리 근품산(近品山)에는 근품산성이 있고 그곳에는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왕 견훤이 치열하게 전투할 때, 말 타고 군사훈련을 하던 치마장(馳馬場-馳馬壇) 있다.

산북면 김룡리(金龍里)에는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당시 오산동(烏山洞), 마장동(馬場洞), 신기동(新基洞)을 병합하여 김룡리라 하였다. 그때 마장동(馬場洞), 마장(馬場)이란 지명이 있었고, 지내리에는 지형이 말과 같아서 마체(馬體)라 부르는 지명이 있다.

동로면 인곡리(仁谷里)에는 옛날 원터에서 너뱅이에 이르는 버덩에 소(牛)와 말(馬)을 방목했다고 하여 마장터라 부른다고 하고, 석항리에는 중간 마을 앞 남쪽 산이 장군대좌형의 명당이 있는 곳으로 이곳이 말(馬)에 해당해 마산봉이라 부르고 있다.

점촌 유곡동(幽谷洞)에는 조선 시대 역로(驛路)를 수십 개로 나눈 구역마다 중심이 되는 역으로 종6품 찰방이 관리하던 역을 두었다. 조선의 중요 국도인 영남대로에는 18개의 속역을 관장하던 유곡역(幽谷驛)이 있었고, 그곳 역촌(驛村)에 역마(驛馬)를 사육하고 관리하던 곳으로 마본(馬本)이 있었다. 신기동 뱃들(舟平)에는 풍수지리상 흰말을 배에 매어놓은 형국의 천하명당 백마계주(白馬繫舟)가 있다. 이 혈(穴)에 묘를 쓰면 후손이 삼갈팔신(三葛八信) 즉, 삼국지의 중요 인물인 제갈량(諸葛亮) 같은 사람 셋과 중국 역사에서 손꼽히는 명장 한신(韓信) 같은 여덟 무장(武將)이 난다고 하는 명당이라고 한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은 강한 생명력과 열정, 용기, 창조성, 진취성, 쉼 없는 추진력, 역동성, 도전과 성실·변화 등의 상징성을 가진다. 병오년을 맞아 7만 문경 시민이 각자의 삶에서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다는 자기만의 적토마(赤兔馬)를 타고 행복한 삶을 향에 고삐를 단단히 쥐고 힘차게 달려 나가길 바란다. 그래서 7만 적토마의 힘이 한데 어울리고 뭉쳐서 ‘아리랑 도시 문경’의 위상을 높이고 구곡문화가 꽃피는 문화도시 문경, 도전하는 문경, 새로운 문경, 희망의 문경, 번영의 문경, 세계 속에 우뚝 선 문경이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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