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지방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재정 취약성으로 생사의 기로에 처해 있다. 학령인구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으며, 지방대 입학 충원율은 계속 낮아지고 지역사회 인재 풀은 계속 줄어지고 있다. 이 같은 교육 현장의 비극은 지역 소멸로 이어지고 있다. 지방대는 지역 경제·사회·문화의 핵심 인프라이며 국가 균형 발전의 중심에 있다. 벚꽃 먼저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지방대를 살리고 지역을 소멸에서 구출해야 한다.
△무작정 대학 인가정책이 발단 지방대 위기와 지역 소멸의 원인 제공의 발단은 미래 예측을 못한 지난 정부의 무작정 과거 대학인가 정책이었다. 1990년대 후반의 김영삼 정부 때 대학 설립 인가를 대폭 완화하면서, 단기간에 대학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결과 많은 지방 사립대가 설립됐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 수요 대비 공급 과잉을 야기했다. 이는 지방대의 경쟁력 확보 없는 양적 팽창의 결과를 초래했다.
우리나라 저출산율과 학령인구의 급감이 대학 입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2025년 기준 만 18세 인구는 약 46만 명에 불과하며, 2045년에는 약 23만 명으로 절반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본다. 이런 인구 추이는 지방대의 입학생 확보 노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특히 지방대는 충원율이 크게 떨어졌으며 11곳 대학이 신입생 재학생 비율이 50% 미만이며, 일부 학과는 정시 지원자가 ‘0명’인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지방대를 절벽으로 밀어 붙이는 설상가상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이다. 서울·경기권 대학은 전국 학령인구를 무차별 흡수하여 지원자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지방대는 미충원이 누적돼 재정 압박과 교육 질 저하가 우려된다. 지방대는 학생 정원 확보도 난관을 겪고 있지만 재학생 유지 문제는 더 큰 고민이다. 2019~2023년 사이 지방 국립대의 중도 탈락자 수는 수도권 대학보다 훨씬 많았다(비수권 약 84,521명, 수도권 약 5,499명).
엎친데 덮치는 위기가 불러온 또 하나의 사태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경쟁력 저하에 이어 지역 사회 전체로 퍼지는 생존 기반 붕괴다. 지방대가 쇠퇴하면 지역 인재 유출이 가속화되고, 지역 경제와 서비스 제공 기반이 약화되어 지역소멸이 현실화된다. 이같은 대학의 양극화로 놀부대학 흥부대학을 만들고 수도권 몰빵으로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대학이 죽고, 지역 생태계가 멸망하도록 방치한 잘못에 대한 벌은 누가 받아야 하나.
△정부 교육정책 문제점과 한계 2023년 도입된 '지역균형발전법"은 지방대와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했지만, 정책 설계에 지방대의 실질적 역량과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인프라 확충 및 형식적 균형에 초점을 맞추었고, 교육혁신, 산학협력, 인재 유치 전략의 장기적 지원책이 부재했다. 수도권 집중, 지역 소멸, 지방대 위기 탈출에는 도움을 못 준 빛 좋은 개살구 정책, 지역불균형 촉진법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2024년 '글로칼 대학 사업'정책은 지방대 30곳을 선정해 1개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파격 정책이었다. 그러나 지방대 현장은 대학간 과도한 경쟁으로 위기에 처한 지방대 소외를 촉진시켰다. 라이즈(RISE) 사업은 지방대를 글로벌화하면서 지역 특성과 연계시키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지방대를 지원하는 행정과 재정의 권한을 지자체에 위임해 대학을 지자체의 하부 기관으로 만들었다. 지방대가 글로벌 역량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 추진돼 실질적 성과가 어려웠다. 지방대를 퇴출시키려는 폭력적인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2025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교육자원의 균형분배와 지역 인재양성을 통한 지역발전 정책이다. 그러나 9개 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세울려면 5조원이 든다. 이 대학의 유지에 연 8조원이 소요되며 이는 고등교육 예산(15조 6천억 원)의 절반이다. 서울 중심 대학 서열주의를 해소시킨다면서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 국립대를 일류대 만들면서 지역 중소대는 소멸시키려는 발상이다. 캘리포니아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위장구호라는 비판을 받는다.
2026년 8월부터 시행되는 '사립대 구조개선법'은 대학 폐교 및 학교법인 청산 지원과 학생과 교직원 연구원 등 구성원 보호를 위한 정원 조정과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대학 발전이 목표다. 그러나 지방대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 보다는 단기적 구조조정에 치우칠 우려가 있다. 해산 정리금 제도로 부실 사학의 폐교를 부추길 수 있다. 특히 정원 감축과 평가, 부실 대 폐교 등 규제 중심의 정책 효과만 노린다면 지방대의 특성화와 지역 연계교육 강화는 축소되고 지방대의 자율성과 지역적 역할의 약화로 대학의 위기와 지역 소멸은 가속화된다. 그간 정부의 정책은 수도권과 지방 간 불균형 해소보다는 기울러진 운동장의 불평등한 격투를 시켜 지방대의 생존의지에 상처를 주었다. 지금까지 정부 정책은 단발성 사업비 지원, 평가 규제와 구조조정으로 물리적 성과를 중시하고 지방대의 자율적 혁신 역량 강화와 지역과 산업의 연계 전략에는 소홀했다. 앞으로 지방대는 자율성 보장, 지역 기반 혁신 플랫폼 구축, 지속 가능한 인재 유치 전략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지방대와 지역의 생존을 위한 전략 첫째, 지방대는 학과 특성화와 교육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단순 입학생 확보 경쟁이 아닌 지역 산업 수요와 연계된 학과 특성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역 주력 산업(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제조, 디지털 기술 등)에 초점을 맞춘 융합 교육 및 실무 중심 커리큘럼으로 경쟁력을 높인다. 졸업생의 현장 적응력을 강화하고, 학생과 기업 모두가 선호하는 교육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둘째, 지산학 상생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지방대와 지자체, 지역 기업이 상호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은 산학협력 프로젝트, 기술 사업화, 공동 연구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지역 산업 생태계의 혁신 허브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지자체 및 산업체와 공동 교육과정, 인턴십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지역 기업과 맞춤형 인재 육성을 체계화해야 한다.
셋째, 유학생 유치를 통해 국제적인 교육 수요를 확보해야 한다, 지방의 삶과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착 지원으로 유학생의 장기 체류를 유도해야 한다. 정부는 유학생의 입국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하고 대학은 유학생이 한국의 언어와 문화에 쉽게 적응해 학업 성과를 올리고, 취업을 지원해 정착할 수 있게 한다. 인구감소로 약화된 국가 산업 동력 회복을 위해 유학생을 유치해 다문화 가족 사회를 확대해야 한다.
넷째, 평생교육과 재교육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성인 학습자, 직장인 대상의 맞춤형 교육과정, 온라인 플랫폼, 지역산업 특화교육 등을 통해 지역 인재 풀을 증대한다. 전통적 대학 교육을 넘어 평생학습 중심 기관으로서 지역 재교육 허브 역할을 수행한다. 누구나 언제든지 배우고 연구하고 실습할 수 있도록 학교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다섯째, 혁신 플랫폼과 지역사회 연계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지역의 시민 단체와 서로 협력하면서 공동으로 문제 해결을 한다. 농업, 환경, 복지, 스마트 시티 등 지역 현안에 지방대의 연구 역량을 투입함으로써 지역 주민과 화합하며 신뢰를 강화한다. 시민과 대학이 협력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지방대와 지역의 미래는 절벽에 도달해 있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가 되고 절벽은 불루오션이 될 수 있다. 지방대의 생존은 지역의 지속성과 국가 발전의 핵심 과제다. 정부 정책은 지방대의 자율적 혁신을 기반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지방대는 국제사회와 교류하면서 지역과 산업, 대학이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상생하는 전략으로 글로벌 대학, 시민대학, 산업대학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회복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