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09 05:10:59

원로 정치의 귀환인가, 진영 정치의 반복인가

봉화·영주 본부장 정의삼
정의삼 기자 / 2259호입력 : 2026년 02월 22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지방선거는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그러나 영주 선거판은 설계 경쟁이 아니라 진영 재편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정책 경쟁보다 인맥과 세(勢) 확인, 비전보다 진영 배치가 먼저 읽히는 상황이다. 이런 방향 감각의 부재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갉아먹는다.

최근 지역 정치권에서는 선거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언이 돌고 있다. 상대 후보 행사에 참석한 인사들의 동선이 공유되고, 공개 행사 화환 명단까지 정치적 해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연락을 받아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 분위기는 선거를 정책 경쟁이 아닌 ‘진영 식별’과정으로 만들고 있다. 시민들 개탄이 크다.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전임 시장의 최근 행보는 문제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특정 후보 캠프를 위해 지역 인사들과 식사 자리를 마련하고 지지를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선관위와 검찰 고발로 이어졌다. 한 차례 중대한 책임을 경험한 인사가 다시 선거판의 한 축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정치적 책임과 윤리 기준이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선거 현장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돈다. 상대 후보 행사장을 찾은 인사들을 촬영해 뒀다가 전화를 걸어 참석 경위를 따졌다는 전언, 모 후보 북콘서트에 놓인 화환을 일일이 사진으로 남겨 명단을 분석한 뒤 “왜 그 행사에 화환을 보냈느냐”고 압박했다는 이야기까지 회자된다. 사실 여부는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이런 말들이 광범위하게 공유된다는 사실 자체가 선거판의 분위기를 말해준다.

경북 전체 인구는 약 251만 명, 영주시는 약 9만 7,706명이다.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가 심각한 가운데, 원로 정치인의 장기적 리더십은 단순 진영 결집이 아닌 지역 구조 안정과 정책 경쟁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이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국회 심사 단계에 들어간 현재, 영주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재정 분담, 행정 권한 배분, 지역 개발 우선순위등 구체적 사안에서 작은 도시들은 통합 논의의 중심에서 배제 될 위험이 크다. 주민 의견과 실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통합은 정치적 상징에 그치고 지역 발전은 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자들은 단순히 표만을 의식한 공약 경쟁을 넘어, 통합이 영주에 어떤 실질적 혜택을 가져올지, 지역 발전 정책은 어떻게 지켜질지에 대한 명확한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 전임 시장과 원로 정치인의 역할은 더욱 분명하다. 선거 국면에서 특정 후보 진영을 돕는 것이 아니라, 지역 구조 안정과 정책 실현을 위한 책임 있는 조언과 조정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책임도 중요하다. 공천은 단순 절차가 아니라 지역 미래를 좌우하는 정치적 필터다. 후보의 도덕성, 법적 리스크, 갈등 관리 능력, 지역 통합 역량과 같은 핵심 자질에 대한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과거 논란과 충분히 거리를 둔 인적 구조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지역 정치 생태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영주는 이미 한 차례 불법 선거로 인한 당선무효라는 상처를 겪었다. 그 위에서 또 다시 세 결집과 고발전이 반복된다면, 선거 이후의 영주는 통합보다 갈등 관리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지도 모른다. 시민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남는다.

“이게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자리 쟁취를 위한 정치판인가?”, “선거가 끝난 뒤 우리 지역은 과연 하나로 갈 수 있는가?”

정치의 품격은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다. 집단 결집이나 진영 확장이 아니라 정책 경쟁과 지역 발전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필요하다. 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라는 현실은 자극적 공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책임 있는 정치와 실행력 있는 정책의 토대 위에서만 풀릴 수 있다. 

이번 선거가 또 하나의 소모적 격전으로 기록될지, 위기 속에서 방향을 제시한 사례로 남을지는 후보, 정당, 그리고 유권자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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