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넷째 금요일, 서해의 푸른 물결 위로 숙연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 날은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우리 바다를 지키다 장렬히 산화한 서해수호 55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서해수호의 날’이다. 국가 안보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제정된 이 법정기념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유와 평화라는 일상이 결코 당연하게 주어진 것이 아님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서해는 단순한 지리적 경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만 어민에게는 생계의 터전이며, 대한민국 해상 물류의 핵심 축이자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동맥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평화로운 수평선 이면에는 여전히 안보적 긴장이 팽팽하게 흐르고 있다. 우리가 가족과 함께 평온한 저녁을 보내는 순간에도, 서해의 차가운 해풍을 맞으며 흔들리는 함정 위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장병들이 있기에 우리의 일상은 비로소 지켜질 수 있다. 그들의 헌신은 곧 우리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뿌리다.
국방부 등 정부는 매년 서해수호의 날 관련 다양한 추모 행사와 안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서해수호의 날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일회성 추념에 그쳐서는 안 되며 기억을 ‘다짐’으로, 그 다짐을 다시 ‘책임’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길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공동체의 안전과 질서를 수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는 것이다.
특히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 내게 이날이 주는 무게감은 더욱 특별하다. 안보란 비단 군인만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만드는 행정의 신뢰,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행정 운영 자체가 광의의 안보를 구성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발을 뻗고 잘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실질적인 행정 서비스야말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한 가장 고귀하고도 현실적인 예우일 것이다.
서해수호의 날을 맞아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희생된 영웅들의 명복을 빈다. 기억은 힘이 세고, 책임은 그 힘을 지속하게 한다. 서해의 파도는 멈추지 않고 밀려오듯, 우리도 그들의 고결한 정신을 가슴에 품고 더 안전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여정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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