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1 20:07:36

죽음을 인터뷰하다(저자 박산호)(2)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296호입력 : 2026년 04월 1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이 책이 따뜻한 이유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삶을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 박산호 작가는 티베트 불교를 수행하는 스님과 대화를 통해 죽음이 삶과 맞닿아 있음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는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 앞에 섰고, 마침내 다섯 명의 죽음 전문가를 만났다. 매일 죽음을 접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들의 통찰은, 왜 우리가 끝까지 인간답게 살아야만 하는지 증언한다. “모두 언젠가 죽는다는 진실은, 도리어 인생의 이유가 된다” 죽음은 사람마다 다른 얼굴로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 책의 인터뷰들은 그 속에 변하지 않는 사실을 찾아낸다.

1장은 요양보호사 이은주 인터뷰다. 이은주는 나이 든 어머니와 어린 조카 손주를 돌보는 일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고 있으며, 번역가(일본어)이자 에세이 작가다. “성냥팔이 소녀의 죽음을 아름답게 묘사한 이야기는 결국 행복하게 죽은 거잖아 생각했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죽음이나 이별을 지극히 큰 단절이자 종료의 순간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사실 인간은 모두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죠. 그런 면에서 작은 이별이 쌓여 언젠가는 큰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는 말이 지극히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그때의 고통이 거름이 되어서 제 마음속에서 생명을 갖고 움직이는 것 같아요. 유년의 경험이나 결핍, 고통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을 나이가 들어서 알게 되는 것도 좋아요”

시시포스의 노동을 지겹고 힘들다고만 생각하면 우리의 인생이 지겹고 힘들어진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노동이 반복되더라도 그것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하고 매번 다른 경험으로 의식하면, 그 고통의 무게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아니, 적어도 그 고통의 빛깔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잘 늙는다는 정의에는 언젠가 닥쳐 올 타인의 돌봄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될 때를 대비하는 것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대상을 오래 사랑하고 또 사랑하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작은 이별이 모여 죽음이 된다고 생각해요"

2장은 장례지도사 유재철 인터뷰이다. 대통령 장례를 여섯 번이나 치렀으며 법정 스님이나 큰 스님의 장례를 치렀다. 슬픔이 더 크고 오래가는 이유는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를 몰라서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장례식이 유교와 불교를 섞은 것이라는 표현이 재미있다. 영정에 검은띠를 하는 것이 일본에서 왔는데 이제 저들도 안 한다고 한다. 상주와 일반인을 구별하기 위해 완장을 차는데 이제는 가슴에 리본을 단다고 한다.

3장은 독특한 직업인. 애완동물 상실감 상담사 조지훈 인터뷰다. ‘팻로스 증후군’이나 ‘팻로스 상담사’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았다. 조지훈은 "반려동물이 보호자에게 느끼는 감정은 충성심이 아니라 사랑이죠"라고 얘기한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내 삶이 조금 더 성장하는 그것이 중요하지, 죽고 난 다음에 다시 살아나는 게 중요하겠어요? 지금 새로운 부활의 삶을 살지 못하는데 죽고 난 후에 부활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중요한 건 죽고 난 다음이 아니라 지금이죠”

사별은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사실 반려동물은 4, 50년 전에 강아지를 키웠던 경험이 있다. 너무나 귀엽고 잘 따랐는데, 죽을 때가 되어서 헤어질 때 너무 안타깝던 기억이 있어 그 이후로는 절대로 반려동물은 가까이하지 않는다.

4장은 신부 홍성남의 인터뷰다. 무속인이 되려다 신부가 된 이가 풀어내는 죽음 이야기다. "사람답게 사는 길을 가르치는 게 영성이다. 죽음이 삶과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이어지고 연결되어 마침내 죽음이 되고, 또 그 죽음이 다시 다른 삶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이냐 재물이냐를 묻는다. “재물에 눈이 멀면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죠. 신부라는 직업이면 하는 일만 하면 안락한 생활을 할 것 같은데, 굳이 일을 찾아서 한다.

주위 사람이 내가 다시 살아나기를 원할까? “가톨릭교회에 많은 성인이 있잖아요. 많은 사람이 그 성인이 살아나기를 바라요. 그래서 그들이 성인인 거예요. 먼저 간 사람 들 중에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네요. 무정한 건지, 야박한 건지 모르겠네요“ 만약에 내가 죽고 나서 부활할 수 있다면 과연 주위 사람들이 나의 부활을 바랄까. ”가장 좋은 인생은 많은 사람이 ‘저 사람은 죽으면 안 돼, 다시 살아나야 해’라고 반응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인생이 최상급이고요. 그 다음으로 좋은 인생은 ‘저 사람이 죽었다니 아쉽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경우예요. 그 아래 단계는 ‘누가 죽었다’하고 말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히는 경우입니다. 마지막 단계는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그 사람은 절대 살아나면 안 돼’라고 말하는 경우예요“ 우울, 불안, 분노를 세 쌍둥이라고 하는 표현은 절묘하다.

마지막 5장은 호스피스 의사 김여환의 인터뷰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7년을 지내며, 1,000명의 죽음을 마주했던 의사가 풀어내는 죽음 이야기다. 죽음을 여러 번 경험한 이다. 수 많은 임종을 지켜보았기에 죽음을 두려움이나 비극으로만 보지 않는다. ‘삶과 죽음은 필연적으로 연결된 연속선’으로 보아야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다. 죽음 이후를 묻는 대신, 죽음 이후에 남을 관계를 묻게 하는 인터뷰였다. 특히 병동에서, 자신이 떠난 뒤 남을 사람들을 위해 웃으며 사진을 남긴다고 했다. 피하고 싶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지막 순간을 조심스럽게 마주한다. 우리도 언젠가 돌봄에 의지해야 할 날이 올 때를 생각하게 하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어김없이 도착하는 종착역이지만 막상 닥치기 전에는 그저 타인의 불행쯤으로 여기기 쉽다.

저자 박산호는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서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제 몫이잖아요. 그걸 비극적인 설정이나 슬픔으로만 볼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예요”라고 얘기한다.

연전에 ‘소풍’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말은 쉽게 하지만 과연 나는 ‘소풍 왔다 잘 놀다 갑니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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