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5-06 18:51:16

죽음을 인터뷰하다(저자 박산호)(3)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05호입력 : 2026년 05월 0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2,000년 전에 제자가 공자에게 죽음에 관해 물었다. 공자님 말씀에 “삶도 모르는데 죽음은 왜 묻느냐?”라고 했다. 서울대 정연채 명예교수(전 서울대 의대 소화기과 교수)는 그의 저서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에서 많은 임사 체험자들의 증언과 과학적 논문을 제시하면서 죽음은 우리의 존재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상으로 이동이라고 주장한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다. 모퉁이를 돌면 죽음이다.

또 정교수는 “죽음은 막힌 벽이 아니라 열린 문이다.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다(근사체험(近死體驗), 임사체험(臨死體驗), 유유상종(類類相從)의 법칙은 사후세계에서도 이뤄진다. 우리는 영적체험(靈的體驗)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체험을 하는 영적(靈的)존재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만큼 두려운 것은 없다”라고 했다. 이런 사후의 세계가 있다는 과학적 증거와 주장은 죽음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새로운 세계를 접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근사체험이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초래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근사체험자 23명, 그리고 소생하기는 했지만, 근사체험을 하지 않은 15명을 8년이란 시간에 걸쳐 조사했는데, 근사체험을 경험한 사람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높아졌고 인생의 목적을 더 잘 이해하며 영적인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끌게 됐다고 한다. 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큰 폭으로 줄고 사후생에 대한 믿음과 일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급증했다. 몇 분 안 되는 짧은 순간의 체험이 8년 뒤까지도 큰 영향을 줘 체험한 사람의 삶에 심대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인간이 갖는 사생관의 가장 일반적 형태는 현실의 육체적 생명이 멸하지 않고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불로장수를 위해 불사약을 구하려고 했던 진시황의 고사를 비롯해 중국의 신선 사상이 그 대표적 예이고. 이집트의 미라 보존 사상도 그렇다. 그리스도교에서는 최후의 심판, 부활해 영원한 육체적 생명을 얻는다고 한다.

육체는 소멸해도 영혼은 불멸한다고 믿는 형태도 동서고금에서 널리 찾아볼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서방 극락정토나 유대교·그리스도교의 천국과 지옥 등 타계관념(他界觀念)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죽은 자에 대한 심판 사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런가 하면 인간으로서 삶을 마치면 다른 생명으로 태어난다는 재생이나 윤회 사상도 있다. 이외에도 영혼은 불멸한 것이며, 죽음은 영원한 삶이 이르는 새로운 출발이므로 현세의 생활을 후생의 삶을 위해 바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인간의 육체나 영혼은 멸망하지만, 그 대신 불멸하는 것에 헌신함으로써 자기도 불멸의 생명을 얻으려고 하는 삶도 있다.

현실의 삶에 충실함으로써 생사를 초월한 경지를 터득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형태도 있다. 선(禪)에 정진해 깨달음을 얻거나 신과 일체가 된 신비한 체험이 이런 예이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입장도 이와 같다. 그럼으로써 의욕에 찬 생활 태도는 항시 죽음의 위협을 받는 덧없는 인생을 사는 보람이 충만한 은혜로운 삶으로 바꾼다고 믿는다. 그때 “죽음은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삶을 더 화사하게 비추는 빛 같은 존재일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편, 인간이 죽음에 직면하게 됐을 때 이를 받아들이는 심리적 수용 단계를 퀴블러 로스는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 부정의 단계다. “이건 절대 믿을 수 없어. 이런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나는 거야””라고 말하며 죽음을 자기 일로 받아들이기를 완강하게 거부한다. 두 번째, 분노의 단계다.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나에게만”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세 번째, 타협의 단계다. 거부와 분노를 표현해도 죽음의 순간이 쉼 없이 다가오면 생명 유지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려보려 한다. 네 번째, 깊은 우울의 단계다. 희망을 상실하고 우울감이 극도로 상승한다. 다섯 번째, 수용의 단계다. 죽음을 수용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죽음이 가져오는 슬픔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 또한 자연스러운 이별의 감정이고, 떠나는 사람의 아쉬움, 남은 사람의 절망 또한 소중한 감정이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 애도해야 한다. 그때는 미칠 듯 괴로웠던 이별이, 지금은 보고 싶다는 감정이 들지만 처절한 슬픔보다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죽음은 육신이 주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고, 죽음이 있어서 같이 있는 시간을 더 소중히 생각할 수 있다.​

또 죽음을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과 당사자가 돼 직접 체험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입장 차이가 있다. 다른 이들의 죽음을 보면서 삶의 의지를 북돋울 수도, 그동안의 삶을 반성할지도, 삶의 방향을 전환할지도 모를 일이다. 피할 수도 없지만 즐기기에는 너무 무겁고, 용기를 내기에는 너무 무섭고, 웃기에는 한숨만 나오는 것이 죽음이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죽을까? 그나마 보기 좋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그렇게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고 결국엔 아파 병들어 죽겠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줄까 결정하는 것은 자기 몫이다.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더 짧아진 반환점을 돌아버린 곳에 왔다. 평균 수명을 기준으로 얼마나 더 살지, 언제 죽을지 그것은 난 잘 모른다. 바램만 있을 뿐이다.

헐떡이며 뛰어온 그 길을 돌아보면서, 지금까지 시간을 반성하고 마무리하며 미래의 시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주인공이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데 자신의 장례식에 누구를 초대하면 좋을지 부고 리스트를 만들고, 부고 리스트에 적인 사람들을 브런치에 초대해서 죽기 전에 미리 만남을 주선한다는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는 왜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아야 괜찮은 삶이 될까? 무엇을 사랑해야 할까? 아름다운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는 등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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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따뜻한 이유는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결국 삶을 다루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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