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5-11 11:01:08

죽음을 인터뷰하다(저자 박산호)(4)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09호입력 : 2026년 05월 1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죽음은 참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소재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참으로 두려운 단어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폭력적인 단어가 될 수 있기도 한 반면, 또 어떤 누군가에게는 그저 삶의 한 단계일 뿐이라 인식되기도 한다.

현재로 나에게 ‘죽음’은 그중에서도 ‘두려움’의 비중이 가장 큰 듯 싶다. 단순히 나 개인적인 입장에서라면 죽음 자체는 두렵지 않으나, 정말 두려운 것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 오랜시간 나를 따르고 함께했던 강아지가 떠났을 때의 충격은 강렬했다. 웃고 떠들고 싸웠던 한 생명체가 고목나무처럼 빳빳해져 앞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과학적인 의미에서의 죽음은 인지하고 있어도, 정서적 측면에서의 죽음은 받아들이기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 내가 몇 살에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나 역시 언젠가는 저렇게 가는 운명이라는 것도 실감나지 않았다. 죽음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어차피 죽는 것이 생명체라면 나는 굳이 왜 태어나야 했을까. 한동안 이런 의문이 나를 괴롭혔다.

어차피 죽을 인생, 막 살아도 되지 않을까하는 유혹이 충동질 쳤다. 그러나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났지만, 우리는 죽을 때는 어떻게 죽을지 마음의 태도는 정할 수 있다. 죽는 순간이 언제인지는 알 수 없기에, 우리는 죽음에 대한 태도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다섯 분 인터뷰는 아주 감동적이고 현실적이어서 가슴에 큰 울림을 줬다. 의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죽음을 바라보아야 하는지 각자 관점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어떻게 죽는 것이 '잘 죽는 것'인지에 대한 이 들의 대답은 각자 달랐다. 하지만 죽음 자체에 대한 관점은 공통점이 있었다. 죽음은 비장하게 볼 필요도 없고, 슬프고 우울하게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었다.

삶의 두려움은 대개 죽음에서 비롯된다. 가장 두려운 대상 이기에 더 역설적이다. 그러나 끝이 있기에 선택은 절박해지고, 유한하기에 오늘은 소중해진다. 시간이 무한하다면 우리는 미루지 않을 이유조차 찾지 못할지 모른다. 끝이 있기에 오늘을 붙잡는다. 유한함이 삶을 긴장시키는 힘이다. 죽음이 있기에 함께하는 시간이 깊어진다.

죽음은 살아 있을 때 자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하고, 받아들이고, 준비하는 태도 속에서 비로소 잘 죽을 수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준비는 결국 오늘의 몫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는 죽음이 바람직한 죽음이라고 하는 말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그것은 환상이다. 실천은 어렵다"고 되뇌이면서 그런 마음이 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것이 아니냐고 자신에게 되 물어본다.

죽음을 피할 순 없다. 하지만 수능 칠 때도 잘 보고 싶지만 못 보는 사람이 있고, 실수하는 사람도 있듯이, 죽을 때도 "난 죽기 싫어"하면서 죽어갈 수도 있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다시 살아나길 원할까?"하는 물음은 나를 다시 환 번 되돌아 보게 한다.

홍성남 신부는 내가 떠난 뒤에 주위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길 원하는 삶을 산 사람이 잘 산 사람이라고 하며, 그런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삶을 살라고 말한다. 죽은 이후의 뒷 담화를 생각해서 이제라도 마무리를 잘하며 준비하라는 죽음의 말로 들린다. 사실 난 죽게 되면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다시 살아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백세 이상을 살고는 싶다. 내 아이들과 그의 아이들 미래를 그저 바라보며 챙겨주고 싶달까….

요즘 들어 지인의 부고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되고 뉴스에서도 사건 사고가 많다보니 죽음에 대해 더 많에 생각하게 되는데 평소에 가족과도 장례식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는 것이 떠나는 사람과 떠나 보내는 사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처럼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큰 시기도 없어 보인다.
생명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벗어나 고령화와 노인 시대를 살아가며 고독, 외로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으로 반려동물 필요성은 자주 거론되는 것 같다.

앞서 이은주 요양보 호사는 반려동물 뿐 아니라 반려로봇도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외로움의 극복을 위한 수단을 넘어 남은 생을 동고동락하는 존재로의 반려동물과는 이 또한 생명이기에 큰 이별이 없을 수 없다.

어쩌면 또 다른 죽음을 지켜보고 이별을 감내해야 하는 그 과정이 상실로서 역작용을 불러올 집에서 죽는 죽음은 경찰 신고가 필수가 돼버린 요즘이고, 그래서 병원에서의 죽음이 거의 필수가 되다보니 그런 죽음의 순간을 가장 많이 접하고 그 마지막 순간까지 애를 써야하는 사람이 호스피스 병동의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병들어 죽어가는 사람의 그 엄청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이 필요하며, 정말 얼마남지 않은 그 시간 동안을 그나마 인간적으로 보내다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이며, 필요한 일인가?

항상 병으로 고통받다 죽는 것만은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옆에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잠을 자다 편안히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사람 인생이므로, 죽음 역시 열린 결말이 필요하다. 호스피스에서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도, 적절한 케어를 받으면 여생에 아쉬움은 있을지라도 비참함을 느끼며 세상과 작별하는 경우는 적다고 한다.

결국, 죽음 자체를 두려워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 더 생산적 삶이다. 죽음과 삶은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산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잘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지만, 죽음은 누군가의 말처럼 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다. 사는 것이 곧 죽어가는 것이고, 또 죽음은 삶을 빛나게 한다고 한다.

죽음을 다루지 않은 철학과 종교, 예술이 없는 것처럼 죽음은 인간의 영원한 화두다. 죽음을 직시하는 일은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이 단 하나 뿐이라는 사실과 마주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 어떻게 인간답게 죽을 것인가.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도 못하는데 죽음은 더더욱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은 마냥 두렵고, 언급조차 꺼려지는 주제였지만 삶의 마지막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일이기에 스스로도, 곁에 있는 사람들도 이를 미리 인정하고 준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고민 하지만, 어떻게 죽을 것인지, 어떤 마지막을 맞이할 것인지에 대해선 잘 생각하지 않기에 막상 죽음이 닥치면 경황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연전에 ‘소풍’이라는 영화를 봤다. 말은 쉽게 하지만 “소풍왔다 잘 놀다 갑니다”라는 생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어떻게 죽을까? 그나마 보기좋게 손가락질 받지 않게 그렇게 죽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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