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15 23:34:00

'여근곡' 음기는 여왕을 지키려 했다

미디어발행인협 회장‧언론학박사 이동한
김경태 기자 / 2332호입력 : 2026년 06월 1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경주에는 예로부터 신비로운 전설을 간직한 산골짜기가 많이 있다.

여근곡(女根谷)은 이름 그대로 여성의 성기를 닮은 형상의 지형으로 알려져 있으며, 오랫동안 풍수와 음양설의 상징적 공간으로 전해져 왔다. 이 여근곡은 여체의 은밀한 부위와 허벅지를 디테일하게 클로즈업한 절묘한 형상이다. 게다가 그 중앙에는 옥문지(玉문池)라는 연못까지 있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삼국유사에 보면 선덕여왕의 지기삼사(知幾三事) 곧 일에 관한 예측을 한 3가지 전설 중 두번째에 여근곡 이야기가 나온다. 선덕여왕 5년 여름에 영묘사 앞에 있는 옥문지에서 난데없이 수많은 두꺼비가 몰려와 울었다.

모두 괴이하게 보는 가운데 선덕여왕이 두꺼비 눈이 심상치 않음을 보고 병란의 위기가 왔음을 예감하고 이에 각간 알천과 필탄 두 장수에게 2000명 군사를 주어 출전시켰다. 이들이 결국 서쪽에 있는 여근곡에 이르러 그곳에 잠복하고 있는 백제의 장수 우소가 거느리고 있는 500명 참략군을 섬멸했다. 선덕여왕은 전투를 승리한 이유에 대해 "성난 두꺼비는 남근, 옥문은 여근이며 음은 백색인 서쪽이며 남극이 여근 속으로 들어가면 반드시 죽는다"고 말했다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아니지만, 이 지역에는 지형의 기운이 인물과 마을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다양한 설화가 남아 있다. 여근곡은 단순한 자연 경관이 아니라 한국인의 전통적 자연관과 운명관이 녹아 있는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하늘과 땅, 음과 양의 조화를 중요하게 본다. 여근곡은 음(陰)의 기운이 강한 곳으로 여겨졌으며, 주변 산세 가운데 남성의 상징을 닮은 봉우리와 마주 보며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지역 전설에는 이런 음양의 결합으로 큰 인물이 태어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우리 역사에도 풍수지리가 중요한 역할을 한 사례는 적지 않다. 고려를 건국한 도선의 풍수사상은 왕조의 수도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또한 태조 왕건은 산천의 형세를 중요하게 여겼으며, 후대 왕들도 궁궐과 능묘를 조성할 때 풍수 원리를 고려했다. 조선 역시 한양을 북쪽의 북악산, 동쪽의 낙산, 서쪽의 인왕산, 남쪽의 남산이 감싸는 길지로 판단하여 수도로 정했다.

민족과 국가의 흥망을 풍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 문화적 역량이 훨씬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옛사람들은 국운의 성쇠를 산천의 기운과 연결하여 해석하곤 했다. 예컨대 왕조 말기에는 '지맥이 끊겼다'거나 '명당의 기운이 다했다'는 이야기가 유행했다. 이는 실제 지형 때문이라기보다 국가적 위기를 상징적으로 설명하려는 문화적 표현에 가깝다. 현대 도시에서도 지형은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다만 그것은 풍수적 의미보다는 현실적 조건에 가깝다. 강과 산이 적절히 어우러진 곳은 자연재해 위험이 낮고 경관이 아름다워 주거 만족도가 높다. 바람길이 확보된 도시는 대기질이 양호하며, 햇빛이 잘 드는 남향 지형은 생활환경이 쾌적하다.

결국 현대적 관점에서 좋은 터란 음양의 기운보다 안전성, 교통, 물, 녹지, 환경조건이 우수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 풍수에서 말하는 길한 지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뒤에 산이 있고 앞에 물이 흐르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좌우를 산이 감싸 바람을 막아 주는 형세, 햇볕이 잘 드는 완만한 경사지 등을 길지로 보았다. 

반대로 홍수 위험이 큰 계곡 바닥이나 강풍이 직접 부딪히는 협곡은 흉지로 여겼다. 여근곡이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초자연적 기운이 주민 운명을 결정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독특한 지형에서 비롯된 전설과 문화는 주민들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형성한다. 또한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경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여근곡은 풍수지리의 진위를 떠나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의 의미를 부여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음양과 풍수는 미래를 예언하는 절대 법칙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로 이해할 때 더욱 의미가 있다. 지형이 여성의 성기를 닮아 여근곡(女根谷)이라 불렸지만, 풍수지리에서는 음기(陰氣)가 지나치게 강한 땅으로 여겨졌다. 당시 사람들은 음기가 강하면 나라에 여왕이 나오거나 여성의 기운이 강해진다고 믿었다.

어느 날 신라 왕실에서는 이 지형의 기운 때문에 나라의 기강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선덕여왕이 이를 듣고 "음이 지나치면 양으로 다스려야 한다"며 남근(男根)을 상징하는 물건이나 돌을 골짜기에 묻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른 전승에서는 승려들이 양의 기운을 보강하는 비보풍수(裨補風水)를 시행했다고도 한다. 또 다른 설화에서는 여근곡의 강한 음기가 신라 최초의 여왕인 선덕여왕의 탄생과 즉위를 예고한 명당이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즉, 신라에 여왕이 등장한 것은 단순한 정치적 선택이 아니라 국토의 지세와 기운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뛰어난 통치자인 선덕여왕의 등장을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하늘의 뜻과 땅의 기운이 만들어 낸 결과로 이해하려 했다. 그래서 여근곡은 단순한 골짜기가 아니라 여성의 기운이 나라를 이끌어 낸 상징적 장소로 본다. 

경주의 여근곡은 단순한 기암괴석이 아니라 신라인들의 자연관과 여성 지도자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 선덕여왕 설화는 땅의 형세가 인재를 낳는다는 풍수적 믿음과 시대를 이끈 여성 통치자의 등장을 결합한 문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당나라도 선덕여왕을 무시했으며 신라에서도 여왕을 업신여겼다. 그러나 선덕여왕은 후대 김춘추와 김유신이 삼국통일을 해낼 수있는 기반을 닦았다.

선덕여왕 다음 왕인 진덕여왕과 신라 후기 진성여왕은 성공한 여왕이 못되었다. 여근곡의 음기가 큰 작용을 못한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도 음기의 도움을 못 받은 걸가. 경주의 여근곡을 찾아 갔다. 유학사를 지나 여근곡의 중심부로 더 올라가니 돌을 쌓아서 만든 샘이 있었다. 그러나 샘속에는 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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