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가 이토록 큰 인기를 끌게 된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울 것이다. 교권이라는 단어가 보호의 대상으로 거론돼야 할 만큼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여운을 남긴 건, 아이들을 위하는 좋은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초등학교에 갓 부임한 최지선(송시안 분)은 도 넘은 지적과 요구, 그리고 일거수 일투족을 통제하려 하는 학부모 이지영(박지연 분)에게 시달리며 점차 무너져 간다. 드라마 속 이지영은 자신을 가로막는 나화진을 향해 "내 애를 위하는 게 뭐가 나빠"라고 소리친다.
부모가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은 본능이다. 다만 그 본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느냐가 문제다. 그는 담임 교사인 최지선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우리 아이 자존감이 떨어지니 앞에서 수학 문제를 풀게 하지 말라. 틀린 문제에 빗금을 치지 말아 달라. 시끄럽다고 야단치지 말아 달라. 표면적으로는 아이를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아이의 자존감을 깎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본인이다.
단지 드라마 속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엄연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임을 우리 모두는 안다.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으니 ‘안 돼’라는 말을 하지 말아 달라, 학습을 강요하지 말고, 칭찬만을 해 달라고 요구했던 교육부 공무원 갑질, 아이가 교사를 폭행했음에도 아이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교사 책임으로 돌리는 부모, 수업 시간에 벌어진 사고로 아이가 다쳤으니 보상하라며 수 년에 걸쳐 교사를 괴롭히다가 죽음으로 내몬 부모 등이 이 드라마를 탄생시킨 계기가 됐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교사가 이런 심리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교단을 떠나고 있다. 자발적 중도 퇴직을 선택한 교사 수는 2020년 768명에서 2024년 1,004명으로 5년 사이 약 30% 증가했고, 정신 질환으로 공무상 요양을 청구한 교원 수 역시 2021년 145명에서 2024년 413명으로 약 2.8배로 늘어났다.
심리학자 데시와 라이언이 제시한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욕구가 충족돼야 한다. 자율성, 유능감, 그리고 관계성이다. 이것들은 일상에서 무언가를 직접 시도하고 부딪치고 때로는 실패하면서 조금씩 쌓여 가는 감각이다. 스스로의 힘으로 어려운 문제를 풀어 보고, 두려운 마음을 딛고 발표를 하고, 친구와 다툰 뒤 사과함으로써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스스로를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내면의 시각을 조금씩 만들어 간다. 작은 좌절이 성장의 자원이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소한 실패를 마주하고 다시 일어나는 경험을 통해 아이는 두 가지를 배운다. 하나는 이 정도 어려움은 견딜 수 있구나라는 정서적 회복력이고, 다른 하나는 다음에는 더 잘해볼 수 있겠다라는 자기 효능감이다. 그런데 누군가 모든 좌절을 미리 막아주면 이 두 가지가 자랄 토양 자체가 사라진다. 부모는 아이를 보호한다고 믿지만, 정작 아이는 자기 힘으로 세상을 마주해본 적이 없기에 점점 더 약해진다. 그리고 진짜 큰 좌절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그 어려움을 감당할 내면의 근육이 자신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교사의 지도 방법이 내 아이에게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친구와 다툼에서 억울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마냥 화를 내고 속상해 하기보다는, 그것이 아이에게 필요한 작은 좌절이 아닌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미리 겪어볼 수 있는 소중한 연습으로 받아들이고, 아이가 잘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진짜 역할이다. 누가 뭐래도 아이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부모다. 그런데 그 책임의 무게가 너무 무거울 때, 사람은 그것을 대신 져 줄 대상을 찾게 된다.
이런 마음의 작동 방식을 정신분석에서는 투사(projection)라고 부른다. 자신이 직면하기 어려운 감정이나 그 원인을 외부의 누군가에게 돌림으로써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는 방어 기제다. 내 아이 문제를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에 그 원인을 바깥에서 찾는 것이다. 교사 탓, 다른 아이 탓, 나아가 사회 시스템 탓을 하고 나면 아이의 문제에서 내가 직접 책임져야 할 지분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나는 여전히 좋은 부모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해결 대상으로 바라본다. 빨리 없애 줘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결과적으로 탓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투사의 과정이 반복될수록 정작 아이 본인 역시 변화의 기회를 잃는다는 점이다. 모든 잘못이 바깥에 있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받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능력을 키우지 못한다. 아이도 자기 삶의 주체로 다양한 감정을 직접 겪어 내야 할 의무가 있다. 부모가 도울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그 감정의 터널을 통과해야 하는 사람은 아이 자신이다. 함부로 아이 마음을 단정하고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드라마에서 그려졌듯, 아이의 자존감을 해친다고 의심한 그 교사가 사실은 아이에게 가장 따뜻한 어른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악성 민원을 일삼는 학부모가 처벌받는 통쾌한 결말로 마무리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다른 최지선 선생님이 고통을 감내하며 교단에 서 있을 것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도 다음 날 아침 아이들 앞에서는 억지로 웃어 보이는 이들, 부당한 항의 전화 한 통에 마음이 무너지면서도 다시 출근길을 나서는 이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그렇게 많은 책임을 지지 않아도 괜찮다고. 무엇보다 곁에 당신을 염려하고, 또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학교와 소통하려는 모든 학부모가 악성 민원인으로 비치지는 않았으면 한다. 대다수 부모는 어떻게 하면 선생님께 부담드리지 않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관심 자체가 아니라, 그 관심이 일방적 통제와 공격으로 변질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옛말이 있다. 한 아이가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나기 위해서는 부모와 교사를 비롯한 주변 모든 이들의 지속적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를 피하고 감시해야 하는 불편한 관계가 아니라, 한편이 돼 아이의 꽃을 함께 피워내야 한다.
10여 년 전 청소년지도사 2급 자격 연수를 받을 때 청소년지도사 역할이 ‘단순한 지도의 역할을 넘어 청소년의 삶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중요한 사회적 전문가’라는 사명감을 가슴에 새긴 적이 있다. 우리 부모들도 ‘자식은 단순히 먹이고 입히고 교육 시킨다’는 차원을 넘어, ‘자식의 삶과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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