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9-29 08:50:03

영화 ‘인턴’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97호입력 : 2026년 09월 28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영화 ‘인턴’이 개봉 첫날부터 천만 영화 ‘오디세이’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인턴은 개봉 첫날인 16일 전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최근 1000만 영화 ‘오디세이’의 장기집권을 깼고, 한국 영화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것은 ‘호프’ 이후 약 50일 만이라고 한다.

한국판 ‘인턴’은 단순히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는 패션 스타트업 기업 ‘우투투’의 대표 선우(한소희 분)와 경력 37년 차 실버 인턴 기호(최민식 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론칭 3년 만에 패션계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30대 CEO와 은퇴 후 인생 2막을 선택한 70대 인턴이 세대와 직급의 벽을 넘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코믹하고 따뜻하게 그려진다.

원작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보여준 케미스트리를 한소희와 최민식이 재창조한 것이다. 보통 인턴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영화에서 인턴이 된 기호는 오랜 직장생활을 통해 쌓은 경험과 인간관계를 활용해 오히려 조직에 안정감을 준다. 기호는 우투투 최고령 직원이자 막내로, 낯선 디지털 업무와 자유분방한 회사 문화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한다. 또 세대 차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따뜻함과 유머를 동시에 보여주면서 성실함과 오랜 세월 쌓아온 내공으로 구성원과 다채로운 소통을 통해 회사에 기분 좋은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면에 젊은 CEO인 선우는 회사의 빠른 성장과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여러 문제를 혼자 감당하려고 한다. 결국 영화는 나이가 많다고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젊다고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 특히 선우를 통해 여성의 사회적 성공에 따라붙는 이중적 기준, 즉 회사에서는 유능한 CEO여야 하지만 동시에 가정에서는 좋은 아내이자 엄마이기를 요구받는 부담이 개인의 선택이나 성격 때문이라기보다 사회적 구조와 성별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는 갈등이 현실에서 쉽게 해결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지는 못한다는 점이 안타깝다. 세대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는 기호와 선우를 통해 서로 다른 세대가 경쟁자가 아니라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관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메시지는 따뜻하고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기호를 지나치게 이상적인 중년 남성으로 만들어버린다는 한계도 있다.

기성세대 경험을 긍정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젊은 세대 미숙함이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결국 세대 갈등의 복잡한 원인을 보여주기보다는 ‘서로 이해하면 된다’는 방향으로 갈등을 정리하는 셈인데, 그럼에도 기호와 선우의 관계를 나이 차이가 큰 남녀 관계를 반드시 연애로 연결하지 않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각자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관계로 만든 덕분에 영화의 주제도 로맨스가 아닌 우정과 신뢰의 관계로 그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배우 한소희는 "CEO로서의 격식을 차리면서도 색과 디자인에 확실한 포인트를 주어 다양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면서 "5년, 10년 뒤에도 촌스러움이 느껴지지 않는 룩을 만들기 위해 의상 팀과 긴밀하게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김도영 감독 역시 "실제 주목받는 패션 CEO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며 그들의 생생한 감각과 노하우를 스타일링에 녹여냈다"고 덧붙였다. 반면 최민식은 영화 인턴 리메이크에 대한 솔직한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유명한 작품의 리메이크는 배우 입장에서 비교 당하기만 하는 숙명을 짊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유명한 작품의 리메이크는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결국 캐스팅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는 비교당할 수도 있는 거고, 좋은 작품이 리메이크라는 명목 아래 다시 해석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촬영 전에 원작을 일부러 다시 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따라 하기보다 한국적이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작은 두 번 정도 정독했지만 촬영 중에는 원작 기억을 잊고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인턴’은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원작은 미국 대기업과 온라인 쇼핑몰 배경이었다면 한국판은 패션 스타트업 기업으로 배경이 바뀌었다. 캐릭터도 한국의 직장 문화와 세대 갈등을 잘 드러내도록 재해석 됐다고 한다. 배우들도 원작을 따라 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원작자는 "모두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 되길 바란다"고 했으며,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젊은 시절 나를 묵묵히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영화"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새롭게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이 이야기가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한국 배우들을 향해서도 아낌없는 신뢰를 보냈다. 기호 역을 맡은 최민식에 대해서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그의 캐스팅 소식에 기뻤다. 로버트 드 니로와는 또 다른 깊이와 품격, 유쾌함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선우 역의 한소희를 두고도 "당당하고 에너지 넘치는 현대적인 리더 역할을 매력적으로 잘 표현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두 배우가 선보일 특별한 호흡이 벌써 궁금하다"고 덧붙다. 한국 관객을 향해서도 낸시 마이어스 감독은 "원작을 깊이 사랑해 주셨던 한국 관객분들께 늘 감사하다. 한국판 ‘인턴’을 통해서도 따뜻한 웃음과 위로를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며, 모두에게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영화 ‘인턴’은 한국의 정서와 시대상을 반영해 재탄생한 작품으로 원작의 따뜻한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세대 갈등과 직장 문화의 현실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 시대에 실버 인턴이라는 소재는 현실에서도 쉽게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로 나이와 성별에 구애되지 않고 세대 공감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따뜻한 메시지가 담긴 서사가 마음속에 깊은 온기를 남긴다.

한편 이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함께 일하고 살아갈 수 있는가?”, “나이와 성별이라는 기준만으로 사람의 능력과 역할을 판단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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