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03:22:40

애견석별기(愛犬惜別記)


안진우 기자 / 입력 : 2018년 03월 2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올해 (2018년) 3월 19일이 달력에 없었다면, 내 인생이 더 행복했을 것이다. 어제 (3월 19일) M정형외과에 가서, 매주 1회씩 (한 시간정도)받는 허리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나의 애견(愛犬) 차돌이가 10시 30분 나무울타리 구멍으로 탈출하여, 곧(5분내) 추적했지만, 행방이 묘연했단다. 3년전에도 다른 애견이 탈출하여, 다시 돌아오지 않아 못내 섭섭했었다. 애견(愛犬)실종사건은 내가 집을 비울 때마다 일어나니 환장할 노릇이다.
사람이고 짐승(애견)이고 간에, 한 번 만나면, 반드시 한 번은 헤어져야 하는 것이 외상없는 세상 법칙이다. 언제 있을지 모르는 이별에 대비하여 평소 상대방(사람 또는 개)에게 최고의 배려를 해주면 후회는 없다. 개나 고양이의 수명한계(수한)는 만 15세다 고작이다.
내가 47년동안 개를 길렀지만 10년 사는 개도 거의 없다. 만 12세를 산 것이 음악하는 개, 산적이었다. 산적이는 신통방통하여 TV나 라디오에서 명곡(名曲)이 흘러나오는 소시를 나름대로 따라 하며(아 앙 멍 멍……)가수나먕 머리를 뒤로 젖혔다. 미국견공(犬公) 콩쿨대회에서 2등한 개가 노래하는 것이 우리 ‘산적이’보다 하수(下手)였다. 산적이는 노래가 제법이지만, 머리쓰는 것도 뛰어난 명견(名犬)으로 미국 TV에 자주 나오는 하얀털에 검은점이 있는 개였다. 10세는 못 채웠지만 수재 산적의 아들인 똘똘이는 검둥개인데 성질이 온순하여, 집에 개를 여러마리 길렀지만, 딴 개와 한번도 싸운적이 없는 평화주의자였다. 아비 산적이를 닮아 똘똘이도 머리가 명석했다. 약을 억지로 먹이지 않아도 스스로 달갑게 약을 잘 먹어 주인인 내가 똘똘이 건강관리가 아주 수월했다. 똘똘이는 9년 4월 13일을 우리 집에 살았다. 나는 똘똘이에게 별명을 하사했다. 똘똘이에게 구사일생(九死一生)이란 닉네임를 붙였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내가 키운 우리집 견공(犬公) 중 차돌이가 최장수기록을 세웠다.
차돌이는 산적이 2세(새끼)로, 2002년 10월 28일에 태어났는데, 그 때 나는 만 60세로 문경시 문경중학교 교장으로 근무했었다. 차돌이를 딴 집에 주지않고 기르게 된 계시는 외양(외모)이 제 아비 명견 산적이를 빼닮아서, 산적이가 가고 없어도 차돌이를 대신보며 허전함을 달래기 위함이었는데,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차돌이도 강아지 시절에 놀라운 신화(神話)를 이룩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니, 강아지 차돌이가 밤새 혼자서 쥐새끼 열두(12)마리를 사낭하여, 쥐새끼를 두 마리씩 한 조(組)로, 여섯줄로 가지런히 정렬을 시켜 뛰어난 미적(美的)감각을 은근히 자랑했었다. 아닌게 아니라, 자기(차돌이) 묘기를 칭찬해달라고, 주인(나)과 눈을 맞추며, 흐믓한 표정을 지었다.
차돌이는 위엄이 있고, 수캐다웠지만 다른 개들에게 군림하고, 화합하려 하지 않는 것이 내가 보기에 아쉬웠다. 개도 만년청춘이 없다. 9세가 넘으면 노견(老犬)축에 든다. 차돌이는 15세가 넘게 장수했지만, 새끼 강아지는 한 마리도 못 둔 숫총각 신세였다.
제 건강관리를 잘했지만, 만 15세를 넘기자니 아픈 곳도 없을 수 없었고, 등허리에 종기가 낫지 않아, 내가 날마다 아침에 1회씩 지속적으로 연고를 발라주었다. 지난해(2017년) 10월 28일 차돌이는 만 15세를 넘긴, 내가 기른 우리집에 최장수란 견공(犬公)이 되었다.
2018년 1월부터, 차돌이가 실종된 3월 19일까지, 올해 78일동안 내가 차돌이에게 투약한 약이, 마이신 26정, 프로신 13정, 감기약 3정 등, 42정을 투약했다. 장수노견의 건강관리에도 주인으로서 내가 신경을 기울였다고 할 수 있다.
차돌이의 먹이(영양관리)와 잠자리(이불)에도 각별히 관심을 가져, 자다가 내가 잠이 깨면 차돌이가 차버린 이불을 다시 잘 덮어 주었다. 사실 내가 차돌이를 정성껏 보살핀 것은, 차돌이의 행복을 배려한 것도 있지만, 나도 대단히 흐믓했다.
 차돌이는 우리집에서 15년 4개월을 누리고, 실종이 되어 내 마음을 비참하게 만들었다. 차돌이를 허무하게 잃고 애절한 내 마음을 시로 표현하여 본다.

애견실종(愛犬失踪)


병원 다녀올게.
잘 있어라.
다른 날은 하지 않던 인사를
오늘 아침 무심코 했다.
12시 30분경 귀가하니,
차돌이가 10시 반에 가출했단다.
추적추적 비오는 날
만 15세를 넘긴 노견(老犬)이
체력도 딸리는데
찬 비를 맞고 견뎌낼 수 있을까.
안타까운 마음에 차돌이를 찾으려
온 거리를 해맸지만,
오늘따라 길에 개가 한 마리가 안 보인다.
오늘로 너와 나의 인연은 끝나는 거냐.
지난 날 첫 만남이 후회스럽다.


(2018년3월20일 23시)

▲ 김 시 종 시인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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