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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꽃?지는 꽃


안진우 기자 / 입력 : 2018년 04월 0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사람의 한 평생이 상승곡선을 항시 유지할 수 없고, 저조한 하향곡선도 있게 마련. 그래서 삶이 다양하고 살 맛이 더 있는게 아닐까.
3월 28일(오늘)은 완연한 봄날이다. 우리집 신관 뒤에는 우리 마을(상신기)에서 가장 우뚝한 백목련나무가 있다. 이틀 전 골목에서 우리집 목련나무를 보고, 선의의 감탄이 나왔다.
지난 겨울은 눈도 질척이게 많이 왔고, 매운 추위가 연속 한달이나 이어졌지만, 흰 목련은 모진 겨울 추위에도 거뜬히 이겨내고 깨끗한 하얀 촛불을 천개도 더 달고, 우리 마당과 동네 골목을 밝혀준다.
지난 3월 19일(월)은 내가 몇 년 만에 맞는 가장 가슴 아픈 날이었다. 2002년 10월 28일부터, 15년 4월을 내가 정성껏 기른 애견(愛犬) 차돌이를 개도둑(!)이 납치해갔기 때문이다. 말이 견공(犬公)이지, 내가 정성을 다하여 가족같이 아끼고 보살펴, 정년퇴임 이후 내 인생의 이모작이 훨씬 덜 심심했다. 차돌이의 돌연한 행방불명에, 진짜로 그 날 내 마음은 획 돌고 미칠 지경이었다. 세상의 냉혹한 원리는 한 번 만나면 반드시 헤어짐이 도사리고 있는거다.
차돌이를 갑자기 이별했지만, 평소 내가 차돌이에게 정성을 다해 돌보아주어 차돌이에 대한 미안감은 느끼지 않아도 되었다. 차돌이가 행방불명이 된 날은 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오늘은 목련이 일제히 피어 밝은 기운이 우리집에 감돌고, 내 마음도 평소의 안심입명이 회복되었다.
나는 봄이 되면, 백목련꽃이 뜨락을 밝히는 그런 집에 살고 싶었지만, 우리집에 목련을 사다 심으면 그 해 바로 말라 죽었다. 그렇지만 굽히지 않고, 매년 목련을 보식(補植)했지만 말짱 헛것이 되었다. 집터를 사서 넓히고 나서, 목련나무를 심었더니 비로소 살아붙고, 마을에서도 제일 덩치가 큰 목련나무가 우리집 목련이다.
우리집은 목련나무집이라고 택호(宅號)를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아내는 해마다 활짝핀 우리집 목련나무를 휴대폰에 새긴다. 마을에서 가장 큰 우리집 목련나무처럼, 가족들이 건강하고 밝은 가정이 되기를 기원한다.
누가 뭐래도 봄꽃으로 장원(壯元)은 우리집 목련나무다. 활짝 핀 목련꽃의 황홀경을 못 보고, 우리집을 하직한 견공(犬公) 차돌의 명복을 삼가 빈다.
차돌아, 너와의 지난날은 즐거웠다.
(2018년 3월 28일 21시 42분)

▲ 김 시 종 시인 /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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