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1 21:31:44

제주도에 자율주행버스노선을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5월 13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심심했다. 긴장감도 없었다. 처음으로 자율주행자동차를 타고 난 느낌이 그랬다.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해 너무 많이 들어서인가. 운전석에 연구원이 타서 안심이 되어서인가. 아니면 아무 장애물도 없는 짧은 거리를 주행해서 그런 걸까. 세 가지 이유가 모두 합쳐진 때문인 것 같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JICC)에서 제5회국제전기차엑스포(IEVE)가 열렸다. 엑스포 프로그램 중에 자율주행차 시승 행사가 있었고, 탑승 기회를 얻었다.
두 대의 차에 자율주행 장비가 탑재되어 서로 다른 코스를 왕복했다. 내가 탄 차는 미국 미시건 대학 연구팀이 갖고 온 포드사의 링컨MKZ 하이브리드 세단이었다.
이 차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미리 도로정보를 정밀지도로 만들어 입력하고 이에 의거하여 도로를 달리는 방식이었다. 
자동차의 모양과 색깔이 멋있어서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런데 일행이 탑승하자 운전석에 탄 미국 연구원이 “준비됐냐?” 고 묻더니 차가 천천히 움직이며 미끄러져갔다. 시속 20㎞ 정도로 컨벤션센터를 반 바퀴 도는 500m 거리로 주행시간이 5분도 채 안 걸렸다. 한번 언덕길을 오르내리고 반환점에서 천천히 커브를 도는 일 외엔 무미건조한 움직임뿐이었다.
또 하나의 차는 서울대 연구팀이 갖고 온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이었다. 이 차에는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차는 근처 일반 도로에서 왕복 1㎞ 정도 주행했다. 교통량이 뜸한 곳이긴 했지만 자동차도 다니고 반대 차선을 타고 좌회전도 하는 시승이었으니 좀 긴장감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심심한 시승 행사였지만 곱씹어 생각하니 AI가 운전하는 로봇차를 탔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을 뿐이었지 코스를 왕복하는 내내 운전석의 연구원은 운전대에 손을 한 번도 대지 않았다. 자동차 방향이 바뀔 때마다 투명인간이 조작하듯이 운전대가 스스로 움직일 뿐이었다.
올해 다섯 번째 열린 국제전기차 엑스포에는 다양한 전기차와 충전설비가 전시되고, 전기차 시승 프로그램이 있고, 전기차 기술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각종 학술회의가 다양하게 열렸다.
그러나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큰 뉴스가 횡행하는 판이어서 제주에서 열리는 엑스포가 소외된 느낌이 컸다. 사실 전기차가 이제 더 이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닌 탓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이지만 유독 관심을 끄는 것이 자율주행자동차 시승행사였다. 작년 엑스포에도 자율주행차 관련 회의가 열렸으나, 올해는 탑승 체험행사가 있어서 자율주행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선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엑스포에는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사람이 있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이 기조연설을 하다가 즉흥적으로 ‘제주도자율주행버스노선’ 아이디어를 던졌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새로 만든 정부 기구다.
“엑스포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도를 검색해보았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섬을 도는 일주도로가 머리에 번쩍 떠올랐다. 저 일주도로에 자율주행버스 노선을 설치하는 담대한 실험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는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니 이곳에서 자율주행버스를 실험적으로 운행하면 그 어느 곳보다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게 될 것 같다.”
선거철이어서 도지사나 지방의회의원 후보들이 표밭으로 가버린 탓이었을까. 반응은 별로였다.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이런 화두를 던졌으면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서 정부를 움직여서 그 아이디어가 실현되도록 노력해 달라”는 민원의 목소리가 나올 만도 했는데 조용했다.
장병규 위원장이 던진 ‘제주일주도로 자율주행버스노선’ 즉흥 구상은 그냥 흘러버릴 아이디어는 아닌 것 같다. 중앙정부 차원이든 지방정부차원이든 도전해볼 가치가 있을 듯싶다.
장 위원장의 말처럼 제주도가 자율주행버스 노선 운행을 실험한다면, 분명 그건 큰 도전일 것이다. 어려움도 크겠지만 제주도와 국가 전체에 주는 이익 또한 클 것이다. 제주도는 이런 도전을 할 만한 여건을 갖춘 것 같다.   
제주도는 자동차 산업과 별로 관련이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탄소제로섬2030’ 비전을 내세워 전기자동차의 테스트베드(Test-bed)로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로서도 좋은 역할이 남아 있다.

▲ 김 수 종 /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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