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01:09:39

CVID(북핵폐기)와 CVIG(체제담보)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6월 04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김영철은 김정은·김여정 남매와 더불어 올해 들어 남한 TV에 가장 많이 나오는 북한 인물이다. 그는 김여정과 함께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뒤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하면서 김정은의 심복이자 북한 실세로 드러났다.
김영철이 30일 미국 뉴욕에 나타났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김정은·트럼프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하기 위한 미국 방문이다. 아마 그의 70평생에 첫 미국 구경일 것이다. 김영철의 공식 직위는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다. 겁나는 이름이다. 대화, 교류, 첩보, 공작 등 어떻게 남북관계를 끌고 갈지를 총괄하는 게 그의 직무일 것이다.
김영철은 김정은의 복심으로 이제 대미 협상의 총책이 된 것이다. 그가 주로 상대할 사람은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을 만나줄지도 모른다. 핵 폐기와 관련해서 트럼프의 귀가 번쩍 뜨일 김정은의 진전된 아이디어를 품고 갔다면 트럼프는 김영철을 만날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김정은북한체제 보장‘이다. 말은 간단하지만 실현하기는 고도로 어려운 난제다.
그래서 북미 핵 협상이 시작된 지 25년 동안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협상답보로 시간을 번 북한은 오히려 핵무기와 미사일을 고도화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관여하는 외교 실무자들이 북핵 의제를 함축하여 표현하는 용어가 ‘CVID’와 ‘CVIG'이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서 흔하게 보는 이 여덟 자 영문자 안에 고난도의 북한핵문제 해결의 퍼즐이 들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CVID’는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의 머리글자만 따온 약어다.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뜻한다. 'CVID'라는 용어는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뉴욕 북미 협상에서 산발적으로 쓰이다가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에서 북핵 프로그램 폐기 방법의 본령이 되었다. 
반면 ‘CVIG’는 북한의 요구를 집약해서 반영한 용어다.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Guarantee의 약자다. CVID에서 D를 G(Guarantee)로 대치한 것이다. CVID가 한 세대 전 나온 용어라면 CVIG는 북미정상회담이 이슈가 되면서 파생된 용어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를 하는 대신, 미국도 같은 맥락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북한체제를 담보해야 한다는 김정은의 요구를 집약한 개념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정상대로 열리면 CVID와 CVIG가 김정은과 트럼프의 정상회담 중심 의제가 될 것이다. 양측은 휴전 이후 70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해왔고 25년간 핵협상을 벌였다. 북한은 3대에 걸쳐 미국을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원수로 삼았고, 미국은 25년 동안의 핵협상에서 북한이 벼랑 끝 전술로 협약을 위반해온 점을 들어 북한을 믿지 못한다. 
이런 긴장과 불신의 관계가 북미 정상회담으로 얼마나 해소될지, 이게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의 성공여부가 달린 관건이다. 1차 북핵위기 때 미국 협상 대표로 제네바협의를 이끌어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국무차관보는 최근 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은 너무 넓고 핵무기는 너무 작다”고 말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가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를 꿰뚫어 언급한 말이다. 김정은의 한반도비핵화를 놓고 얼마나 진정성과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문제해결의 관건이라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미국에 요구하는 CVIG는 비핵화 못지않게 복잡하고 미묘한 의미를 가진 이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북한체제를 보장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단단한 담보물을 확보하려는 것은 협상에서는 자연스럽다. 지금 북한과 미국의 협상 팀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심하는 것이 북한체제의 보장 방안일 것이다. 그동안 그 방법이 많이 보도되었다.
평화협정, 미국의 불가침 선언,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문제, 유엔 대북제재 해제, 북한-미국 국교정상화 등등.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상원에서 북미 합의를 미 상원의 표결 인준하는 방안을 언급해 관심을 끈다. 아마 북한은 미국의 정권교체를 의식하며 항구적인 체제 담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상회담을 놓고 김정은과 트럼프가 벌인 게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북미 정상회담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상회담 자체 판이 깨질 것 같지는 않다. 문제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그 후속 조치를 놓고, 디테일의 문제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속출할 것이다.
올해 한반도의 6월은 더욱 뜨거운 계절이 될 것 같다.

▲ 김 수 종 /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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