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4-21 23:04:58

‘대구 취수원 이전’ 언제까지 말싸움만 할 건가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7월 11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대구 경북은 한 뿌리’라고 한다. 1981년 대구시가 직할시로 승격돼 분리되기 전까지는 경북도의 도청소재지가 대구였다. 현재 행정구역상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로 구분되지만, 시·도민들은 대구와 경북은 한 뿌리라고 생각하고 있다.
한 뿌리라는 것은 사고방식과 행동양식도 비슷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투표 경향을 보였다. 자유한국당이 대구 경북에서만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이런 대구와 경북이 이제는 ‘한 뿌리’라는 말이 ‘맞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영어에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말이 있듯이 경북도청이 2016년 3월 안동으로 이전해 가니까, 마음도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벌써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로 대구시와 구미시가 10년 째 갈등을 겪고 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뿌리라고 하면서 10년째 옥신각신하고 있다.
대구 시민들은 수돗물 때문에 홍역을 치른 경험이 많기 때문에 먹는 물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1991년도에 구미 두산전자 저장탱크에서 페놀 원액이 새 나와 이 수돗물을 먹는 시민들은 악취에 배탈 두통 등으로 심한 후유증을 겪었다.
2009년에는 발암 물질인 ‘1,4 다이옥산’이 구미공단에서 낙동강으로 유출되면서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 뒤에도 낙동강에서 벤젠과 톨루엔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는 등 잊을 만하면 수질 오염사고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돼 취수원 이전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
대구 시민 70%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달성군 다사읍 매곡·문산 취수장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낙동강 상류에 있는 구미공단 등에서 배출하는 유해 화학물질이 하류에 있는 매곡·문산 취수장 원수를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시는 “2014년 국토부 용역에서 해평정수장을 대구와 함께 쓰더라도 수질과 수량에 문제가 없다는 전문적인 검토가 나왔다”며 구미시를 설득했으나, 구미시의 반대로 실패했다. 구미시는 낙동강 수질 악화, 수량 부족, 재산권 침해 등을 내세워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구미시민간협의회는 극한 표현을 써가며 반대를 했다. “화학물질의 위험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대구시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통한 수천억 원에 달하는 개발이익을 얻으려는 저의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취수원 이전에 따른 막대한 이익은 대구에서 모두 가져가고 개발의 걸림돌인 취수원은 구미시를 대구시의 물 식민지로 만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뿌리’라고 하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막말을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도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장 시장은 “대구시와 구미시는 취수원 이전을 두고 전문 지식 없이 감정 싸움만 해왔다”며 “정확한 데이터와 전문가 견해를 토대로 접근해야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다시 논의를 시작하자는 것이다. 10년 동안 취수원 이전을 위해 노력한 대구시의 노력이 ‘도로 아미타불’이 될 판이다.
경북도의 새 수상이 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말도 아리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철우 도지사는 “‘대구와 경북이 한 뿌리’인데 대구 시민이 깨끗한 물을 마시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며 “대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구미를 설득해야 한다. 구미 시민이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이고,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대구 시민 입장에선 너무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이 지사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은 2014년 10월 조례로 양 지역의 경쟁력 강화 및 상생 발전을 위해 ‘대구경북한뿌리상생위원회’를 만들었다. 이름만 거창하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시민의 먹는 물 문제만큼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대로 역할을 못하면서 무슨 상생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다. 이제는 대구시와 대구 시민이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압박을 가해서라도 이 문제를 이번에는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 언제까지 수돗물로 인해 시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하나. 촛불 집회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최근 정수장에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시장 직을 건다는 각오로 취수원 이전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권 시장은 “식수원 안전성 확보하는 문제는 더 이상 늦추거나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될 문제이기 때문에 총리, 환경부, 행안부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으며, 구미시를 설득하는 일도 하겠다”고 밝혔다. 권 시장의 이 말이 빈말이 아니기를 바란다.

▲ 박 노 봉 /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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