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6-09 12:12:33

일제에 죽음으로 저항한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08월 02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일제시대 독립운동 과정 중에서 우리 민족을 위해 자신을 바쳤던 인물들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잘못되거나 숨겨져 온 경우들이 적지 않은데, 여기서는 일본인으로서 사실상 한국의 독립운동에 기여했지만 아직까지도 독립운동유공자로 인정받지 못 하고 있는 가네코 후미코란 여성을 소개하기로 한다.
가네코 후미코(金子文子, 혹은 박문자, 1903 ~ 1926)는 일본의 아나키스트이다. 조선의 아나키스트이자 독립운동가인 박열의 부인이다.
흔히 아나키스트라고 하면 무정부주의자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개인을 지배하는 모든 정치 조직이나 권력, 사회적 권위를 부정하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 형제애를 실현하고자 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의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출생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양육을 거부당하고 출생신고도 되지 못해 학교도 다니지 못 할 정도로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러다 일본의 친척집에 맡겨져 자라던 중 1912년에 우리나라  충북 청원 부용면에 살던 고모의 집에 들어가 약 7년간 할머니에게 학대당하며 살면서 청원의 부강심상소학교에서 공부하였다.
한국의 3·1 운동을 목격한 후 1919년 일본으로 돌아왔으나, 어머니는 여전히 불안정한 생활을 반복했고, 아버지는 스님인 외삼촌에게 자신을 팔아넘기려고도 했다. 이러자 혼자 도쿄의 친척집으로 올라와 신문을 배달하거나 어묵집 점원으로 일하면서도 영어 교습소에서 부지런히 공부하였다. 이때 사회주의자들과 만나 교류하면서 이들의 영향을 받아 아나키스트가 되었고, 1921년에는 도쿄에 유학한 조선인 사회주의자들과도 알고 지내게 되었다.
가네코 후미코가 박열이라는 한국의 아나키스트를 만나 동거하게 된 것은 이 무렵 그의 시 를 접하고 나서다.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하늘을 보고 짖는
달을 보고 짖는
보잘 것 없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높은 양반의 가랑이에서
뜨거운 것이 쏟아져
내가 목욕을 할 때
나도 그의 다리에다
뜨거운 줄기를 뿜어대는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박열

불의에 무릎을 꿇고 권력에 아부하면서 그저 하늘이나 달을 보고 짖을 수밖에 없는 굴욕감을 라는 시로 토로하는 박열의 저항의식에 가네코 후미코는 생생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그들은 20살, 22살 청춘이었다. 이 두 사람의 사랑은 남녀 관계와 국가를 초월한 정의 추구라는 신념이 동일한 데서 오는 큰 그림 속에 있었다.
그래서 1922년 박열과 동거를 시작하였고 흑도회와 흑우회에 가입하고서 기관지를 함께 발행하는 등 박열과 뜻을 같이 하였다.
1923년 박열과 함께 아나키즘 단체인 불령사를 조직했는데 그해 가을 간토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보호 검속 명목으로 연행 당하였다. 그녀는 일왕을 암살하려한, 소위 대역죄 명목으로 1926년 사형을 판결 받고 박열과 옥중 결혼을 하였다.
며칠 뒤 무기징역형으로 감형되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쓰노미야 형무소에서 죽었는데 어찌 죽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가네코 후미코 묘소는 죽은 지 한 달쯤 되었을 때 박열의 생가인 경북 문경에 가매장되었다가, 현재는 박열의사기념관 옆에 모셔져 있고, 시비는 일본 야마나시현에 자리 잡고 있다.
가네코 후미코는 단지 박열과 국경을 초월한 깊고 뜨거운 사랑을 한 여인으로서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를 만끽하고,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며, 그리고 불의에 굴하지 않고,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진정한 아나키스트로 기억되길 바랄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 이야기는 우리의 청춘에 관한 것이다. 나의 스무 살은 가네코 후미코 만큼 뜨거웠는가.
깊이 반성해 본다.

▲ 김 지 욱 /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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