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4-26 17:39:13

추로지향의 조율시이(棗栗枾梨)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8년 10월 18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나라에 임금이 하나이니 씨가 하나인 대추를,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삼정승이니 세알 밤을, 육조판서이니 씨가 여섯 감을, 팔도관찰사이니 씨가 여덟 개인 배를 제사상에 조율시이(棗栗枾梨) 순서대로 차린다는 속설이 있다. 삼대에 걸쳐 공을 들여야 신분상승이 가능하다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대추, 밤, 감, 배의 씨앗에 관직의 의미를 부여하여 제사를 지낸 조상님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것 같다.
이 외에도 좌포우혜(左脯右醯)---식혜---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홍동백서(紅東白西) 등의 여러 가지 제례가 있으나, 가례를 비롯한 예서에는 진설의 구체적인 방식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특히 과일의 경우는 ‘果’라고만 되어 있다고 한다. 따라서 진설의 대표적 방식으로 알려져 있는 조율시이, 홍동백서 등은 후대에 생겨난 것들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조율시이(棗栗枾梨)나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 등 과일 놓는 순서는 지방이나 가문(가정)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대추, 밤 다음에 감 놔라, 배 놔라---남의 일(제사)에 간섭하지 말라---는 속담도 조율시이와 조율이시에서 유래된 듯하다. 옛날에 없던 사과, 귤 등 요즘 과일은 조율시이나 홍동백서에도 맞지 않으므로 배 다음에 사과를 슬그머니 갖다 놓은 것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예서에서와 같이 사계절 제철의 과일을 차린다면 과일의 종류와 순서는 없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또 다른 철학적 속설을 보면 조상님들의 지혜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대추는 원래 암수 한 몸 나무로서 열매가 아주 많이 열리므로 후손이 번성하고 씨가 통째로 하나로서 절개와 순수한 혈통을 의미한다고 하고, 밤은 나무가 죽은 뒤에도 뿌리를 캐보면 처음 싹을 틔웠던 밤톨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자신의 근본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배는 황색이 우주의 중심으로 우리민족의 긍지를 나타내며, 하얀 속살은 백의민족을 의미하고, 감은 열매가 열리지 않은 나무는 속에 검은 심이 없고, 열매가 열린 나무는 검은 심이 있다고 하여,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만큼 속이 상하였다는 생각으로 제사상에 차린다는 것이다.
추가로 영양학적인 속설도 있다. 대추는 노화방지에 효력이 있는 비타민C가 귤의 7배나 많으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여 소화가 잘되고 약방의 감초같이 한약에도 널리 쓰이며, 밤도 노화와 성인병을 예방하고 세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고 동의보감에도 가장 유익한 과일로 칭송하며, 배는 그리스의 역사가 호메로스가 신의 선물이라고 극찬하였고, 중국에서도 과종(果宗)이라고 부르며 주독을 풀어주고 알칼리성으로 산성인 육류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으뜸과일 이므로 제사상에 오른다는 것이다. 그 뒤로 피로회복과 신진대사에 좋다는 사과도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단골메뉴가 된 것 같다.
이렇게 조상을 섬기는 효심은 지극정성이지만 제사상차림에 속설이 난무하다보니 ‘가가예문’이라고, 집안마다 감 놔라, 배 놔라, 좌설이다, 우설이다, 구구각색이라고 한다. 원래 예서에 나오는 진설은 특별한 방식이 없고 서너 가지라도 간결하게 정성껏 차리면 되지만, 가문별로 양반이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하여 형식을 바꾸고, 가지 수를 늘리고, 층계를 쌓아올리는 허례허식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조선후기의 왜곡된 제례문화를 원래의 유교의식대로 간소화 하고, 가족 모두가 부담 없이 정성껏 차려서 조상을 숭배하고 명절을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순수한 제례의 참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유교식 제례 외에도 2천년동안 다양한 종교의식으로 변화해온 새로운 제례문화도 온고지신(溫故而知新)으로 널리 포용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임청각의 미투리 편지에도 읽히듯이 조선중기까지도 자네라는 남편과 남매가 재산을 나누고 제사를 같이 모시던, 남녀가 매우 평등한 사회였음을 상기하고, 집안대소사에 온 가족이 다 같이 참여하는 가족공동체 생활을 실천하여 명절증후군 같은 부작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추로지향(鄒魯之鄕) 이라는 유교의 본향부터 솔선수범하여 예절의 본질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미래 천년의 기반을 다져나가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 휘 태안동시 공무원
김 휘 태안동시 공무원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사람들
영천시 사랑의열매 나눔봉사단은 지난 21일 단원 및 내빈 25명이 참석한 가운데 4월 정 
영천시는 지난 23일, 남부동 통장협의회에서 영남지역 산불 피해 성금 480만원을 기탁했 
지난 22일 정나눔봉사단체가 청송 파천면 지경리경로당에서 산불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양군청 공무직으로 구성된 공공연대노동조합영양지부와 영양환경미화원노동조합<사진>이 산불  
4050 수도권 산악회가 지난 23일 영양군청을 방문해 산불피해 성금 550만 원을 기부 
대학/교육
대구 교육청, ‘미래직업교육센터’ 개관  
청도Wee센터, 동산초 '집단상담 프로그램'  
영남이공대, 아산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와 '일학습병행' 맞손  
대구보건대, 중장년층 대상 ‘직업이음과 함께하는 나만의 경력 설계’ 성료  
계명문화대, KOICA·우즈벡 고용빈곤퇴치부와 MOU  
영진전문대 반려동물과, 전국 반려견 대회 우수 성과  
서구, 건강마을만들기 건강리더 양성교육  
대구공업대 호텔외식조리계열, ‘현대그린푸드 취업설명회’  
호산대–주택관리공단,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지원 ‘맞손’  
계명문화대, 식품제조업소 역량강화 지원사업 2년 연속 선정  
칼럼
2006년부터 광역권, 초광역권 연합이라는 메가시티 정책이 나왔다. 처음엔 부·울 
지방자치 30년에 과연 지역주민의 삶이 나아졌는지 의문스럽고, 지역 균형발전이 나 
엔트로피(Entropy)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정보이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리장성(萬里長城)은 2000년 전 진시황부터 북방의 흉노족이나 몽골족 유목민의  
벗(friend)이란 비슷한 나이에 친하게 사귀는 사람이다. 우도(友道)는 벗을  
대학/교육
대구 교육청, ‘미래직업교육센터’ 개관  
청도Wee센터, 동산초 '집단상담 프로그램'  
영남이공대, 아산스마트팩토리마이스터고와 '일학습병행' 맞손  
대구보건대, 중장년층 대상 ‘직업이음과 함께하는 나만의 경력 설계’ 성료  
계명문화대, KOICA·우즈벡 고용빈곤퇴치부와 MOU  
영진전문대 반려동물과, 전국 반려견 대회 우수 성과  
서구, 건강마을만들기 건강리더 양성교육  
대구공업대 호텔외식조리계열, ‘현대그린푸드 취업설명회’  
호산대–주택관리공단, 공공임대주택 입주민 지원 ‘맞손’  
계명문화대, 식품제조업소 역량강화 지원사업 2년 연속 선정  
제호 : 세명일보 /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안기동 223-59 (마지락길 3) / 대표전화 : 054-901-2000 / 팩스 : 054-901-3535
등록번호 : 경북 아00402 / 등록일 : 2016년 6월 22일 / 발행인·편집인 : 김창원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창원 / mail : smnews123@hanmail.net
세명일보 모든 콘텐츠(기사, 사진, 영상)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세명일보 All Rights Reserved. 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수합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