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세 인하, 휘발유값 못잡고 되레 정유사 배만 불리나

정부가 추진하는 유류세 인하 정책이 휘발유값은 못잡고 정유사 배만 불리는 땜질처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과거 2008년 유류세를 낮췄지만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유류세 인하가 무색하게 휘발유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적이 있기 때문에 정부가 유류세만 낮출 것이 아니라 정유사들이 실제 휘발유값을 낮춰 소비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실효성 높은 유인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낮출 경우 기저효과로 내년 물가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유성엽 민주평화당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8년 3~12월 국내 휘발유값은 평균 리터당 1703원을 기록했다. 그해 유류세가 10% 인하되기 전 1~2월 평균 휘발유값 1653원보다 50원(3%)이나 상승한 가격이다.
유류세는 휘발유값의 47%를 차지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를 더하면 휘발유값 중 세금 비중은 56%로 올라간다. 휘발유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낮출 경우 휘발유값이 낮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한 구조다.
하지만 2008년 정부가 유류세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휘발유값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세금인하 효과가 상쇄됐기 때문이다. 유류세 인하 전 리터당 88.6달러이던 두바이유는 3월 이후 95.4달러로 6.8달러(7.6%) 상승했다.
결국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큰 폭으로 조정이 되지 않는 이상 휘발유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가격상승을 억제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유류세가 인하되더라도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 소비자보다 정유사가 최대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유류세 인하는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유류세 인하 시 수입물가 상승 영향 완화’ 보고서에 따르면 유류세가 10% 인하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2%포인트(p) 감소시키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보고서는 유류세를 인하할 경우 국내 휘발유값이 4.9% 하락하고 다른 석유제품 가격도 2.2~3.9%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올해 소비자물가에는 하락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내년에는 감세 기간 등에 따라 오히려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인하함에 따라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제유가가 80달러가 넘고 있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상승폭이 크다”며 “유류세 인하가 휘발유 가격 인하로 반영돼 가계비가 절감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