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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앙부처 A과장은 최근 허리 둘레가 부쩍 늘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기 전 만나야 할 사람들을 부지런히 만나느라 저녁 약속이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김영란법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긴 했지만 애매모호한 규정들이 많아 중요한 약속은 속 편히 법 시행 전으로 당긴 것이다. 28일부터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정부청사가 있는 세종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그 동안 야근을 밥먹다시피하며 각종 업무와 민원에 치이던 생활에서 한 숨 돌려, 저녁 있는 삶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 섞인 희망이 엿보인다. 반면 수도권 등 대도시와 떨어져 있어 가뜩이나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지고 현장과 소통이 안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공무원들이 만남마저 회피할 경우 더욱 고립된 섬으로 변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우선 직무관련성의 판단 기준이 아직 명확치 않은 만큼 오해의 소지가 될 수 있는 자리는 당분간 아예 만들지 않겠다는 게 관가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A과장은 "모두가 시범 케이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부쩍 몸을 사리고 있다"며 "젊은 공무원들은 가족과 보낼 시간이 많아져 은근히 반기는 분위기이고, 연배가 있는 공무원들은 아내가 싫어하겠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을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B국장의 경우 좀 더 엄격한 마음가짐을 하고 있다. 직접적 업무관련성이 높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다 보니 '웬만하면 차도 같이 마시지 말자'는 생각이다. B국장은 "김영란법에 대해 교육을 두 번 받았는데 평가 관련해서는 기관들이 애로사항을 설명하는 것도 전화 이외에는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공식의견을 받았다"며 "예전에는 평가기관과 가끔 오찬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커피 한 잔도 대접받지 말고 일이 있으면 사무실에서 하기로 했다"고 귀띔했다. '마음 편히 만날 수 있는 날은 얼마 없다'는 생각에 26, 27일엔 각종 '번개'도 이뤄졌다. 모 부처 고위공무원은 지난 금요일 급히 기자들의 스케줄을 파악해 월요일 점심 약속을 잡았다. 다른 부처 공무원 역시 법 시행 직전인 27일 출입 기자 몇몇에게 갑자기 연락해 예정에 없던 저녁 식사를 하기도 했다. 공무원 손님이 많은 관가 주변 식당가는 최대한 '김영란법 시대'에 살아남을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공무원과 기자들이 자주 찾는 세종시의 한 고깃집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 종업원을 내보내고 더 이상 손님들에게 고기를 구워주지 않고 있다. 세종과 인접한 청주의 한 복집은 최근 '영란특선메뉴'를 내놨다. '튀김과 맑은 탕(2만8000원), 복불고기와 맑은 탕(2만9000원), 맑은 탕 혹은 매운탕(2만2000원)' 등의 세트를 구성해 1인당 3만원이 넘지 않도록 했다. 세종시의 한 민물장어구이 음식점 관계자는 "장어는 한 마리에 2만5000원 수준이라 장어 1마리에 소면, 소주 1병을 김영란 세트로 구성하려고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이를 판단할 명확한 규정과 유권 해석이 없어 당분간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하지만 청탁의 소지를 애초에 차단할 김영란법의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경제부처 C서기관은 "오히려 누가 사주고 얻어먹는 문화가 아니라 각자 카드로 더치페이를 하면 더 떳떳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n분의 1 문화가 정착된다면 외부 사람들을 마음의 부담 없이 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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