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산후 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전염성이 강한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가하면 대학병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홍역판정을 받는 등 대구가 감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2월 달서구의 A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던 신생아가 재채기와 콧물증상 등으로 병원 진료 결과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신생아 5명이 감염된것으로 확인됐으나 12일 현재 모두 37명으로 늘어났다.
보건당국은 지난 12월 19일부터 1월 6일까지 산후조리원을 찾은 신생아와 산모 등 170명을 대상으로 역학 조사를 벌여 신생아 37명이 RSV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RSV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신생아 중 12명은 입원 치료를, 13명은 외래진료를 각각 받고 있다. 상태가 호전된 12명은 병원에서 퇴원했다.
RSV는 늦가을부터 겨울철까지 유행하는 대표적인 바이러스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나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도 진행한다. 심할 경우 면역력이 약한 영아는 사망할 수 있다. 잠복기는 보통 4~5일 정도다.
확인된 확진자 중 최초 환아는 지난달 21일 해당 산후조리원을 퇴실한 후 3일 뒤인 24일 콧물, 발열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검사결과 26일 RSV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같은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이 발병후 11일이 지나서야 해당보건소로 신고됐다는 것이다. RSV는 '표본감시감염병'으로 간주돼 있고 감염사실을 해당보건소로 알려줄 의무가 없어 초등대응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아직 협의된 것은 없지만 형후 병원과 협조관계를 만들어 대응방안을 고민중에 있다"며 "추가 감염자 발생 여부를 계속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7일 대구의 종합의료기관인 파티마병원 간호사가 홍역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이날 오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이 병원 의료진과 병동환자, 간접 접촉 가능자 등 1만5000명에 대한 역학조사에 나서는 등 방역에 비상을 걸기도 했다.
이후 시는 최초 홍역으로 확진된 간호사가 일반적 환자 나이대가 아닌 성인(35세)인데다 다중이 이용하는 종합병원에 근무해 홍역 확산 우려가 크다고 보고 적극적인 대시민 홍보에 나섰다.
감염 엿새만인 12일 현재 최종 확진자는 13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1명은 11개월 영아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파티마병원은 오는 30일까지 응급실을 잠정 폐쇄한다. 하지만 의료진 4명이 다수 환자와 접촉한 상태여서 앞으로 감염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구시와 보건당국은 간호사의 초기증상과 격리까지 기간인 1월 3일부터 7일까지 외래병동을 찾은 환자 576명과 의료진 97명에 대한 홍역 확진검사(PCR)를 펼치고 있다. 특히 홍역 감염자들과 접촉한 4300여명 중 증상이 있는 사람을 상대로 항체 검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이번 대구 홍역 유행은 국내 토착형 바이러스가 아닌 해외에서 감염된 자로부터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확진자 유전자 검사에서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D3형 바이러스가 나왔다.
대구시 관계자는 "홍역의 대규모 유행가능성은 낮지만 홍역은 같은 방에 있기만 해도 감염될 수 있다"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거나 면역력이 감소한 일부 개인의 경우 감염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개인위생에 각별한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범수 기자 news121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