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최대 현안 사업인 대구공항 통합이전을 두고 시민단체 간 '찬성론'과 '반대론' 갈등이 여론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이전에 찬성하는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하 추진단)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기존 반대측 시민단체의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반대측인 ‘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지키기 시민운동본부’(이하 시대본)가 반박 성명을 내는 등 찬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추진단은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결성된 순수 민간단체이며, 지난 2017년 9월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시대본은 대구시의 대구공항 통합이전 추진에 대응해 대구공항을 지키자는 취지로 지난해 10월 결성된 시민단체다.
추진단은 지난 14일 여론조사기관인 소셜데이타리서치에 의뢰해 K-2와 대구공항 통합이전 여론조사를 펼쳤다. 지난달 17~24일까지 대구시민, 경북 군위·의성군민 2천79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 시민 57%가 공항통합이전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대본 등 통합이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내 놓은 여론조사 결과는 달랐다. 지난해 10월 시대본이 세종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대구시민 72.7%가 민항인 대구공항의 존치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합이전을 지지자하는 응답자는 22.3%에 불과했다.
이에 시대본은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여론조작 수준의 엉터리 조사"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시대본은 15일 성명을 통해 "이번 여론조사는 통합공항이전 당위성과 배경 효과 등만으로 구성된 문항들을 제시하고 조사원들이 직접 시민들에게 설명해 주고 답변을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한 현저히 불공정한 여론조사"라며 조사방식을 문제삼았다.
특히 이 설문지에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여러 후보가 공약한 K-2 군공항만 이전하고 현 대구공항은 존치하자는 주장은 빼놓은 채 공항추진단이 그동안 추진해온 내용만을 설문 항목에 반영하는 등 문항의 설계부터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또 통합공항이 이전되고 인천공항 수준과 같은 수준의 노선과 항공편수를 확보할 경우 어느 공항을 이용하겠느냐는 실현 불가능한 전제를 바탕으로 설문항목을 배치해 대구공항 이전을 집중적으로 부각한 여론조작 의도를 드러냈다는 것이 시대본 측의 설명이다.
시대본은 통상적인 조사 비용의 3-4배에 달하는 고액의 조사비를 부담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히 설명한 후에 여론조사를 하는 대면조사방식을 택한 것은 처음부터 다른 숨은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입장도 밝혔다.
강동필 시대본 사무총장은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한 시민 반대여론이 70%를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시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 등 돌발변수까지 터지면서 통합공항이전이 무산될 우려가 커지자 급한 마음에 이같은 무리수까지 두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구공항 통합이전에 대한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관 단체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악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조사 무용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추진단이 의뢰한 여론조사 업체 ㈜소셜데이터리서치는 6·13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경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불법 선거여론조사 등록으로 대표가 1천5백만원의 과태료를 받고 폐업한 지역 여론조사 업체 폴스미스리서치가 전신이란 주장이 제기돼 편항적인 여론조사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김범수 기자 news121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