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5 06:41:28

흥사단을 통해 독립운동한 차보석 여사

김 지 욱 전문위원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8월 18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지금 이영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독립운동가 차리석의 외증손자라고 주장한 이후 온 세상이 시끄럽기 그지없다. 차리석의 후손들은 물론이고 차리석과 직접 관련이 있는 도산 안창호 및 김구를 기념하고 있는 단체나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야단법석이다. 아무리 본인 주장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것은 학자로서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번 지면에서는 이 차리석을 오빠로 둔 여동생 차보석 여사의 독립운동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권대웅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차보석 여사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차시헌은 평양, 서울 등을 여행하다가 기독교 신자가 되어, 평양 교외의 소우물이란 곳에 정착했으며, 이곳에서 장천교회를 세우고, 신의학교와 신애여학교도 설립하여 후진양성에 힘쓴 분이었다.
이러한 가풍 아래 1892년 평남 맹산에서 4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난 차보석 여사는 어려서부터 신학문을 배우며 자랐다. 1896년 소우물로 이사한 후 아버지가 세운 신애여학교에서 초등교육을 마쳤고, 바로 서울 이화학당을 거쳐서 일본 고베 가사여자전문학교를 다녔다.
일본에서의 자세한 활동사항은 알 수가 없지만 졸업 후인 1907년 대구에서 신명여학교가 설립될 때 당시 16세의 어린 나이로 교사로 근무하게 되었다. 일찍부터 신학문을 접한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이리하여 차보석 여사는 초기 신명여학교의 교풍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였다.
1911년, 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교가가 없음을 원망하자 교장 부루엔이 차보석 여사에게 부탁하여 교가를 만들게 하였다. 이에 3학년 학생 임성례와 함께 교가 제정위원이 되어 1주일간 노력한 끝에 7절로 된 교가를 완성했다고 한다.
1915년 4월에는 신명여학교 학생들을 중심으로 양지회라는 자치회가 만들어졌는데, 차보석 여사는 이 회의 고문을 맡아 신시대에 적합한 신여성의 면목을 구현하기 위해 앞장섰다. 이 양지회는 1923년까지 계속 활동하다가 학교 내에 YWCA가 조직되자 흡수되어 그 뜻을 계속 이어갔다.
한편 1915년 차보석 여사는 신명여학교를 떠나 안창호가 창립한 대성학교의 자매학교인 평양 진명여학교로 옮겨 근무하게 된다. 안창호 등이 중심이 되어 창립한 신민회의 105인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오빠 차리석이 출옥을 한 후, 이 진명여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19년 3·1운동 직후 일제의 탄압이 강화되자 진명여학교에 근무하던 차보석 여사는 오빠 차리석과 함께 중국 상해로 망명했다. 이때 차보석 여사는 오빠와 함께 흥사단에 참여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였으며, 일본유학생회인 28구락부에서도 항일운동을 이어나갔다.
1922년에는 흥사단의 추천을 받아 미국으로 이동, 당시 흥사단 이사장이었던 송종익을 도와 함께 활동하였다. 이곳에서 차리석이 흥사단 단우 송종익·김병연에게 보낸 편지에 보면 차보석 여사가 미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중학교에 다닌 것으로 나와 있다.
1925년에는 기독교회 목사 황사선과 결혼을 하였다. 황사선은 평북 의주 출신으로 미주에서 창립된 흥사단에 참여하여 활동하였고, 결혼 당시에는 흥사단과 대한인국민회 북미지방총회 재무를 맡고 있었다. 이로 인해 부부 흥사단 단우가 된 것이다.
1926년에는 대한여자애국단 샌프란시스코지부 단장으로 활동하였다. 이 단체는 1919년 캘리포니아 다뉴바에서 미주 한인사회의 통일기관으로 조직되어, 독립운동을 적극 후원하는 방편으로 군자금 모집, 국내동포의 구제사업, 민족정신 고취 등을 하고 있었다. 이와 동시에 차보석 여사는 샌프란시스코 한인교회에서 관리하는 국어교사가 되어 아동교육도 담당하였다.
이후에도 차보석 여사는 1931년 대한인국민회에 가입하고, 1932년 3·1절 준비위원회로도 활동하는 등 다양한 애국활동을 이끌다가 3월 21일 과로로 인한 뇌출혈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2016년 뒤늦게나마 건국훈장 애족장이 수여되기는 했지만, 이와 같이 그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일하다 돌아가신 이름 없는 독립운동 여성들을 생각하면 죄지은 마음 풀 한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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