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4 06:19:50

[반려학 개론] 병원비 부담돼 가족을 버려서야…

윤 신 근 수의사·동물학박사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세명일보 기자 / 1192호입력 : 2021년 07월 08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병원비가 부담돼서 ‘가족’을 버리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있다. 안타깝게도 현실이다. 어제도 일어났고, 오늘도 일어나고 있다. 내일도 일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여기서 버려지는 가족은 불행 중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은 아니다. 반려견, 반려묘 등 반려동물이다.
구조된 유기동물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피부병, 골절 등 각종 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다. 물론 길 위에서 살면서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버려진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기에는 개연성이 너무도 크다.
여기에는 과도한 동물 진료비가 한몫한다. 치료는 어렵고, 비용은 많이 드니 돈 들여 치료하기보다 내다 버리고 건강한 강아지, 고양이를 새로 입양하는 사람이 적잖다.
사람이 부모나 자녀에게 버려지면 경찰 지구대를 찾든, 주민센터에 가든 “가족을 찾아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말 못하는 동물이 그럴 수는 없는 일. 유기동물은 지속해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수조원에 달한다는 조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대부분은 반려동물 구매비와 병원비다. 구매비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병원비는 왜 그렇게 많이 들까?
사람 같은 건강보험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일부 동물병원에서 벌어지는 과잉 진료, 고가 진료가 한몫 거든다.
공교롭게도 건강보험이 없으니 과잉진료, 고가진료가 아무런 제한 없이 자행된다. 건강보험이 있다면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이를 막을 것이다. 그런 것이 없으니 동물병원이 정한 대로 모든 진료가 이뤄진다.
이 와중에 일부 동물병원, 특히 최근 급증한 동물메디컬센터 중 일부는 검사로 시작해 검사로 끝난다고 할 정도로 검사를 많이 한다.
물론 검사로써 환견이나 환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 적절히 치료한다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같은 수의사가 보기에 굳이 그런 검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라면 얘기가 다르다.
필자도 서울 중구 필동 애견종합병원에 사람 병원 수준의 최첨단 의료 장비를 갖춰놓고 있다.
그래도 필자는 이를 잘 쓰지 않는다. 환견이나 환묘가 오면 말을 할 수 없는 그들을 대신해 반려인과 대화해 문진한다. 이어 눈과 귀, 손, 심지어 코로 환견, 환묘를 진찰해 상태를 살핀 뒤, 적절히 치료한다.
장비로 검사해야 한다고 여기면 적극적으로 그렇게 하겠지만, 그럴 필요까지 없을 것 같다면 안 하는 것이 옳다. 반려인에게는 진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고, 환견이나 환묘애게는 스트레스를 덜 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투자를 많이 해 대형 클리닉을 차렸고, 각종 첨딘 장비도 들였다. 수의사부터 스태프까지 인력도 포진한다. 이를 운영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다. 이는 그 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의 선택이 낳은 결과다. 반려인에게 이를 전가해서는 안 된다.
문진을 비롯해 눈으로 보는 시진, 귀로 듣는 청진, 만져보는 촉진, 냄새를 맡는 후진 등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풍부한 지식과 오랜 임상 경험, 자신만의 노하우로 정확히 진단하고, 분명히 판단해 꼭 필요한 진료만 해야 한다.
필자는 중성화 수술비로 수컷의 경우 반려견, 반려묘 모두 5만원, 암컷의 경우 반려묘 8만원, 반려견 15만원을 책정했다. 종합 백신 접종비는 반려견 5,000원, 반려묘 2만 5,000원부터다. 이들 가격은 지난 수년간 동결 상태다. 물가는 올라가겠지만, 필자는 이 가격을 앞으로도 올릴 생각이 없다.
반려인이 가족처럼 대하던 반려동물을 버린다면 죄를 짓는 일일 것이다. 만일 그 이유가 병원비라면 수의사가 그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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