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15:23:00

'무유정법' 정해진 법이 따로 없다

이동한 신경주대 기획경영부총장‧언론학박사
김경태 기자 / 1779호입력 : 2024년 01월 15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 이동한 신경주대학교 기획경영부총장‧언론학박사

무유정법(無有定法)은 정해진 법이 따로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금강경 제7의 무득무설분(無得無說分)에 나온다. "수보리언 여아해 불소설의 무유정법 명아뇩다라삼먁삼보리 역무유정법 여래가설(須菩이言 如我解 佛所說義 無有定法 名阿뇩多羅三먁三菩리 亦無有定法 如來可說) 수보리가 말하되 제가 부처님의 말씀하심바 뜻을 아는 것은 정한 법이 있음이 없음을 이름하여 가장 완벽한 깨달음을 얻음이며 또한 정한 법이 있음이 없음을 여래께서 가히 말씀하심이니다"

위의 무득무설분에는 무유정법이라는 문구가 2번 나온다. 이 뜻은 정해진 법이 없음이 곧 최상의 깨달음이 된다는 것이다. 정해진 잣대와 기준은 언제나 바뀌고 내 생각과 판단도 항상 변화한다. 영원한 것은 없으며 제행 무상이 만고의 진리다. 무득무설분도 얻을 것도 없고 취할 것도 없고 설할 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 어디에도 집착하지 말고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객을 만들지 말라 주객이 여일이며 자타가 불이다.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하기 전에 기자들이 "보수 색채가 짙어질 우려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무유정법이라는 말이 있다. 정해진 법이 없는 게 참다운 법이다. 두 눈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본다. 나는 평생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의 길을 걸어 왔다"고 답변 했다. 이미 정해 놓은 원칙이나 고정 관념으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유정법의 뜻을 확대해 보면 절대적 선도 악도 없으며, 절대적 진리도 허위도 없고 절대적 정의도 불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법과 도덕을 따를 필요가 없으며 자기 맘대로 살아도 된다는 뜻으로 이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유정법이 방종이나 만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산 위에서 볼 때 산의 동쪽 기슭에 사는 사람에게는 그 산이 해가 지는 서산이 되고 산의 서쪽 기슭에 사는 사람은 그 산이 해가 뜨는 동산이 된다. 그러나 산은 산일 뿐이다.

산을 어느 곳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듯이 세상 만사도 그렇다. 그러니 어떤 정해진 잣대로 판단하지 말고 정해진 바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해나가는 것이 최상의 법이다.

세상에는 무유정법이 안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전도몽상과 확증편향에 빠져 있으면서 집단의식과 진영논리의 노예가 된 무리가 생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런 무리가 여의도와 서초에도 있고 광화문과 서울역에도 있다. 종교가 교리와 제도로 인간을 구원해 왔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종교의 도그마가 인간을 속박하고 있다. 종교가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종교를 버리자는 탈종교시대가 올 것이다.

무유정법은 불교에서 나온 말이다. 법관이 법정에 나온 사람을 판단할 때 무유정법 즉 정해진 것이 없는 법관의 태도가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태도를 취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거울을 닦고 닦아서 오랜 수행을 통해 도통을 한 경지에 도달해야 한다. 인간은 우선 빠져있는 유정법에서 탈출을 해야한다. 오염되고 왜곡된 자아를 수술해야 한다.

자아회복의 수행을 해야한다.

인식의 장애, 관념의 고질병에 걸린 사람이 너무 많다. 날마다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에 있는 나의 무유정법이 어느 정도인지 자기 평가를 해볼 일이다. 체중계에 몸무게를 달듯이 무유정법 측정기가 있다면 매일 체크를 해야 한다. 이 무유정법의 인격에 문제 있는 사람이 용인과 경영을 하면 사람을 잡고 경영을 망친다. 국민을 못 살게 하고 나라를 망하게 한다. 무유정법은 불경의 한 구절이 아니다. 무유정법은 나와 공동체가 살아 남기위한 생존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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