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3 14:19:46

갑진년(甲辰年), 문경의 용(龍) 이야기

이만유 향토사연구원
오재영 기자 / 1797호입력 : 2024년 02월 13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푸른 용의 해’라 한다.

올해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41번째로 갑진년(甲辰年)이 된다. 다시 말해 ‘푸른 용의 해’라 함은 천간(天干) 10개 중 갑(甲)으로 푸른색에 해당하고, 지지(地支)의 12개 중 5번째로 용을 뜻하는 진(辰)이 되어 갑진년(甲辰年)‘청룡(靑龍)의 해’가 되는 것이다.

용(미르)은 권위를 상징하는 전설 속 신수(神獸)로, 기린·봉황·거북과 함께 사령(四靈)에 속하는 상서로운 상상의 동물이다. 인간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과 신통력을 지녔으며 특히 비와 물과 관련된 신령스러운 동물이다. 청룡은 동서남북을 지키는 벽사신(辟邪神)으로 사신도(四神圖)나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보는 좌청룡(左靑龍)·우백호(右白虎)·남주작(南朱雀)·북현무(北玄武) 중의 하나이고 동쪽을 지키는 신이다.

용의 모습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81개)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전해진다. 여기에 영묘한 구슬, 여의주(如意珠)를 지니게 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는 신통력을 가지게 된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농경 생활을 영위하면서 우순풍조하길 바라며 풍농(豊農)과 풍어(豊漁)를 빌기 위해 용왕제·용왕굿·용신제·기우제를 지내는 등 민간신앙으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용은 조화능력이 무궁무진하며, 물을 지배하는 수신(水神)으로 용왕·용왕할머니 등으로 부르며 모시는 까닭도 그런 연유에서다.

또한,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는 용은 상서로운 힘을 지녀 호국(護國)과 왕권이나 왕위를 상징하는데, 우리나라 역사상 성인의 탄생, 군주의 거국적인 대사(大事)에 여러 차례 용이 출현하는 기록이 보인다. 광개토대왕릉비에는 동명성왕이 황룡을 타고 승천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 태조 왕건은 용의 핏줄이라고 해서 왕씨 성을 가졌으며, 이 때문에 고려 왕 씨 후손의 겨드랑이에는 용의 비늘이 돋아 있다고도 한다.

황룡사구층목탑을 세우고, 문무왕이 죽어서 호국대룡(護國大龍)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한 것이나, 만파식적(萬波息笛)에 얽힌 설화 등에서 호국룡임을 엿볼 수 있다.

‘문경새재오픈세트장’에 있는 사정전(思政殿) 안에는 ‘용상체험장’이 있다. 거기에는 용상(龍床)과 왕이 입는 의대(衣帶)가 준비되어 있는데, 임금과 관계되는 것에는 거의 빠짐없이 ‘용(龍)’이라는 접두어를 붙인 호칭을 쓴다. 이를테면 용상(龍床)은 물론이고 용좌(龍座), 용포(龍袍), 용안(龍顔), 용루(龍淚), 용음(龍音), 용선[龍扇] 등이 있다.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할 때 위의 용과 관련된 낱말을 다 말하고 난 뒤, “그럼, 왕이 누신 응가(대변)는 무엇일까요?”라고 질문하면 “용똥”하는 대답이 나온다. 그래서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는데, 정답은 ‘매화’라고 한다. 변기는 ‘매화틀’이라 하고요.

그리고 용포를 자세히 살펴보면 국왕을 상징하는 용문(龍紋)을 수놓은 용보(龍補)를 가슴 ·등 ·양어깨에 장식하였는데, 왕과 왕비가 입는 의대(衣帶)에는 오조룡(五爪龍-발톱이 5개 있는 용), 왕세자와 왕세자빈은 사조룡(四爪龍), 왕세손은 삼조룡(三爪龍)을 붙여 발톱 수로 지위를 나타냈다. 일설에는 중국의 황제만이 오조룡을 쓸 수 있고, 조선의 왕은 사조룡을 쓴다고도 하였다.

문경에는 대승사, 김룡사, 봉암사 등 전통사찰이 7곳 있다. 사찰마다 범종(梵鐘)이 있고 범종의 가장 위쪽에는 용의 모습을 한 고리가 있다. 이것을 종뉴(鐘紐) 또는 용뉴(龍鈕)라고 하고 이곳에 쇠줄을 연결하여 종을 매달 수 있다. 용생구자전설(龍生九子傳說)에 의하면 용이 낳은 아홉 자식에는 비희(贔屭), 이문(螭吻), 포뢰(蒲牢), 폐안(狴犴), 도철(饕餮), 공복(蚣蝮), 애자(睚眦), 산예(狻猊), 초도(椒圖)라는 용이 있다.

범종의 고리에 있는 용은 포뢰(蒲牢)라고 하는 용이다. 포뢰는 소리 지르는 걸 좋아하는 용인데, 특히 바다에 사는 고래를 무서워하여 고래를 보기만 해도 놀라 비명을 크게 지른다고 한다. 그래서 장인들이 포뢰 형상을 만들어 종의 윗부분에 장식하고 고래 모양의 당(경당-鯨撞)으로 종을 쳤다. 그렇게 하면 고래를 만난 포뢰가 경악하여 큰소리를 지를 것이고, 그에 따라 종소리도 멀리까지 크고 우렁차게 들리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범종 소리를 일명 경음(鯨音)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21년 국토지리정보원에서 발간한 ‘띠 지명 이야기’에 따르면 전국 고시 지명 약 10여 만개 중 십이지(十二支) 동물 관련 지명은 4,109개인데 용과 관련 지명이 가장 많아 전국에 1,261개나 되며, 경상북도는 174개가 된다고 한다. 그중 문경에는 어룡산(魚龍山) 1개만 조사되어 있으나 필자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우리 지역의 용 관련 지명은 수십 개 있다.

그럼, 지금부터 문경에서 용과 관련된 지명과 용(龍)과 얽힌 이야기를 펼쳐보기로 하겠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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