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08-29 08:26:18

영화 오딧세이-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78호입력 : 2026년 08월 27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언제 어디서든 넘겨볼 수 있으며 짧고 강렬한 콘텐츠가 대세인 숏폼이 일상적 콘텐츠로 자리 잡으면서 긴 호흡의 콘텐츠는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는 흐름 속에서, 러닝타임이 3시간에 육박하는 영화 오디세이가 흥행하는 것이 신기하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5일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오디세이가 개봉 13일째인 지난 17일 오전 10시 경 누적 관객수 500만 명을 넘겼다.

이 영화는 10년간 이어진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사람이 바로 오디세우스(맷 데이먼 분)인데, 이 사람이 밖에서 전쟁만하다가 천신만고 끝에 고향 이타카 집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전체 이야기가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 하나는 트로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오디세우스가 겪은 모험의 이야기고, 또 하나는 집에 들어가서 바로 자기를 밝힐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 왜냐하면 그의 빈자리를 노리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디세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오디세이아’에서 온 것인데, 오디세이아라는 말은 ‘오디세우스에 관한 노래, 오디세우스에 관한 이야기’이런 뜻이라고 한다. 오디세이는 작품의 이름, 주인공은 오디세우스다. ‘율리시즈’라는 이름도 오디세우스다.

‘오디세이아’는 BC8세기 경 고대 그리스 방랑시인 호메로스가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스에서 전해져 오는 여러 신화나 전설 가운데, 오디세우스에 관한 이야기를 서사시 형식으로 쓴 것이다. 오디세우스가 목마를 이용한 뛰어난 전략으로 트로이아와의 10년간 전쟁에 종지부를 찍고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오디세우스의 힘과 용맹성 그리고 지혜를 겸비한 그리스 전사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오는 10년간 긴 여정이 펼쳐진다. 왜 그렇게 험난한 귀국길이 되었을까. 그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항해 도중 이런저런 일로 부하를 모두 잃게 된다. 뗏목 위에서 노 대신 두 팔로 물결을 가르면서 열흘 째 표류하던 중, 신비의 섬에서 요정 칼립소(샤를리즈 테론 분)를 만나게 된다. 칼립소는 자기와 함께 낙원에서 살면 불멸의 신이 될 수 있다고 꾀인다. 죽음도 없고 영원히 편히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칼립소의 제안을 뿌리친다. 오디세우스는 오매불망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다.

무엇이 오디세우스로 하여금 안전한 영생을 버리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 격랑 속으로 스스로 들어가게 했을까? 생로병사로 귀결될 인간의 운명이지만, 자기 스스로 그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적인 삶의 길을 택한 것이다. 자식과 처가 있는 고향으로,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제우스는 칼립소에게 오디세우스를 놓아주라고 명령한다. 7년 동안 낙원에서 자신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쏟아부어준 여신 칼립소가 앞으로의 고난을 예고하면서 영원한 삶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고 작별을 앞둔 오디세우스를 만류하자, 오디세우스는 “여신이여,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만날 수 없고, 그리운 고향 땅을 밟을 수 없다면 영원한 생명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고난을 헤쳐왔습니다. 또 다시 신들께서 내게 큰 고난을 주신다고 해도 고향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내하겠습니다”고 대답한다.

죽음이 늘 곁에 있는 위험천만한 일을 겪었는데도 안락한 불멸의 삶이라는 유혹을 뿌리칠 만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는 사실, 불멸의 삶보다 필멸의 삶에 가치를 둔 호메로스의 인간 존엄에 대한 시각이 언젠가는 죽음으로 마감할 인간의 제한적인 삶을 고귀하게 여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향에서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왕비 페넬로페(앤 해서웨이 분)는 여러 구혼자들로부터 수난을 겪는다. 구혼자들은 전쟁이 끝나고 10년이 지나도록 오디세우스가 돌아오지 않자 그가 죽었음이 분명하다며 왕비에게 강제로 구혼한다. 이들은 여러 해 동안 궁전에 머물며 잔치를 벌이고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축낸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구혼자들에게 시아버지 수의를 다 짤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청한 뒤,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에는 몰래 그것을 풀어버리며 시간을 번다. 막무가내로 거절했다가는 목숨마저 위태로움을 알았기에 왕비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견뎌낸다.

그동안 어렸던 아들 텔레마코스(톰 홀랜드 분) 역시 용맹스럽고 지혜로운 청년으로 성장한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그리고 아들 텔레마코스 이 세 사람이 수차례 고초를 겪고도 다시 만나고, 구혼자들을 물리치고, 자신의 나라를 도로 찾을 수 있도록 도운 것은 신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무조건 오디세우스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디세우스가 고난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함을 심어주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준다. 이 대목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한다. 오디세우스가 역경을 딛고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에게 닥친 고난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서는 용맹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디세이는 신들의 이야기가 아닌, 인간 이야기다. 겉으로는 거창한 신들의 신탁, 바다 괴물과의 싸움, 마법사 키르케 같은 거창한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처절한 몸부림이자 가정을 지켜내려는 한 가족의 역사인 것이다. 3천 년 전 고대 그리스인들의 삶이기도 하지만, 오늘날 경제적인 문제, 입학과 취업의 문제, 등 이런저런 이유로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과도 닮아 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목마 안에서 나온 병사들이 하룻밤 사이에 트로이를 함락하는데, 그것을 자신이 계획하고 유린했지만 오디세우스는 자괴감을 느낀다. 인간의 야만성이 어디까지인가? 전쟁에서 이기는 것만이 능사일까? 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전쟁보다 더 참혹했다. 괴물은 차치하고라도 전쟁 원혼 주검들이 깨어나 자신을 원망하는 검은 그림자를 뒤로 하고 달아나야 했다. 20년만의 귀환인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아내 페넬로페는 더 강인했다. 주변은 재혼을 노리는 무리와 아들 텔레마코스를 죽이려는 음모가 깔려있는데도 지혜롭게 버텼다. 또 20명의 재혼 청구자들 중에 활시위를 걸 수 있고 그 활을 쏠 수 있는 남자와 재혼 하겠노라는 기발한 페넬로페의 시험이 감동적이었다. 그녀는 이미 오디세우스가 돌아왔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오디세이’는 영화 사상 최초로 전체 분량을 IMAX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작품인데, 촬영에 사용된 필름 길이만 약 200만 피트, 약 600km에 달한다. 화면에 담긴 미장센 역시 실제 규모라고 한다. 높이 10.6m, 무게 3.6t에 달하는 실제 목마를 제작해 배우들이 그 안에서 연기했고, 동굴 속 외눈박이 거인은 그리스 남부의 실제 동굴에 18m높이의 로봇으로 구현해 자연광으로 촬영했다. 부대를 습격하는 식인 거인족은 신장 2m가 넘는 배우들이 직접 연기했다. 배도 실제로 만들어 띄웠다. 배우들과 제작진이 실제 바다를 항해하며 촬영했고, 놀란 감독은 이 과정을 두고 "배우들을 익사시킬 뻔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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