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맨하튼'이라고 불리는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일대가, 주상복합단지 개발 사업문제로 시끄럽다.
지역주택조합측과 건설업자간 토지 보상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어, 개발사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문제가 된 근저당권이 설정됐던 부지 3곳 중 1곳(90.1㎡)이 지난달 경매에서 조합 측이 101억원에 낙찰받아, 건설업자에게 6분의 1인 17억원을 배당했지만, 아직 부지 내에 남아 있는 건설업자 소유지 2곳의 보상금을 두고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법적 공방으로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대구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이하 조합)은 지난해 8월 사업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받았다. 수성범어W주상복합단지 건립 규모는 대구 최고층인 59층 아파트 1천340가구(전용 84~102㎡)와 오피스텔 528실(전용 78~84㎡) 총 1천868가구다. 공사 기간은 올해 4월부터 오는 2023년 7월까지 4년 4개월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조합 설립 이후 사업이 길어진 바람에 사업비가 급증했다. 사업 승인 때 예상 사업비가 1조2천222억원 이었는데 지난 달 변경한 계획에 따르면 1조3천153억원으로 9백억원 정도 더 늘었다. 이에 따라 조합원 분양과 일반분양 수입으로 모두 충당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었다. 조합원당 2억9천만원을 더 내야해 실제 분양가는 7억3천만~7억5천만원에 이른다.
사건의 발단은 1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2월 고급주택 시행사 회장 A씨가 범어네거리 동쪽 편에 주택개발사업을 하려는 대구지역 시행사인 B사에 85억원을 투자했다.
이 돈은 B사가 매입하려던 이 일대 땅 지주들에게 계약금으로 들어갔다. B사는 두 달 이내에 50억원을 더한 135억원을 A씨에게 돌려주겠다는 투자약정을 체결했다.
A씨는 이 회사가 소유권을 확보한 한 개 필지 지분(6분의 1)에 인근 다른 두 필지와 공동으로 채권최고액 135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그 중 한 개 필지(6분의 1)가 지난달 말 경매에서 총 101억원(17억원이 6분의 1 지분)에 낙찰됐다.
B사는 제날짜에 135억원을 지급하지 못하자 변제기일을 17일 더 연장해달라며, 다시 23억여원을 추가한 158억2천5백만원을 주겠다는 각서와 약속어음을 썼다. A씨는 이 회사의 땅 2개 필지에 추가로 23억2천5백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B사의 땅 3개 필지 근저당 설정 금액이 총 158억2천5백만원이었다.
하지만 B사는 한 푼도 갚지 못했고 2007년 3월 부경산업개발에 흡수합병돼 해산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해 B사의 권리·의무를 승계한 부경산업개발이 158억2천5백만원과 그 간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2016년 받았다. A씨측 법률대리인은 아직도 돈을 받지 못했다며 법원에서 지급하라고 판결한 지연손해금까지 합치면 금액이 총 321억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이 땅의 소유권을 97%정도 확보하게 됐으나, 착공을 앞두고 A씨의 소유 2필지를 손에 넣지 못해 일이 꼬이자, 지난달 23일부터 A씨를 상대로 규탄집회 열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조합측은 관계자는 “A씨가 3필지를 넘겨주는 조건으로 85억원을 요구했다”며 “모두 합쳐 12억원 정도인 세 땅의 감정평가 금액보다 너무 터무니없는 액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은 부동산 사업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개인 지주 A씨가, 땅값을 과도하게 받아 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A씨가 사업부지 내 소유한 도로 4.53평(감정평가액 3천6백6만 원)에 근저당 135억원을 설정해 소송 등으로 사업을 지연시킨 뒤 17억원이나 배당받은 사실을 들었다.
특히 조합은 매도청구소송 중인 사업부지 내 A씨 소유의 또 다른 땅인 도로 27.1평, 아파트 24평 1세대(대지지분 23.3평))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소송지연으로 사업을 방해하며 감정평가액이 9억4천만원으로 알려진 토지 합의금으로 총 85억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합측은 지난 2018년 5월 10일 매도청구소송을 접수했지만, 소유주 측이 변론기일 5회 지정 중 총 3회를 연기하는 등 지속적인 소송지연으로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단 1심 판결도 받지 못한 상태이고 재판부도 배정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합측은 "개인 지주의 끝없는 욕심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위해 4년 이상을 기다려온 1천여명의 조합원들이 거리에서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며 "공사 지연으로 인한 조합의 금융비용 지출이 매달 15억원에 달해 결국 땅값의 9배에 달하는 85억원을 내놓으라는 압박”이라고 밝혔다.
반면 투자자 A씨 측은 "이는 약자를 가장한 조합의 집단이기주의이고, 재산권 침해"라며 강하게 맞서고 있다.
과거 부동산개발업체가 갚기로 한 158억2천만원을 단 한푼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금을 확보하려는 정당한 재산권 행사를 '알박기'로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 측은 “토지와 관련된 투자금 문제는 13년 전 현 소유주가 매입금액으로 B사에 85억원을 빌려주고 158억2천만원을 돌려 받기로 하는 투자약정을 체결하면서 소유권을 확보한 3필지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해둔 것이 지금 이 사건의 근간”이라고 했다.
이어 “B사는 법원에서 158억2천만 원을 지급받으라는 판결을 받았다”며 “알박기는 진행 중인 사업장에 조그만 땅을 매입해 수배의 가격으로 인수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번 건은 조합이 13년 전에 투입된 자금조차 주지 않고 그저 말소시키려고 하는 사건이므로 알박기와는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합 측이 제기한 공유물분할등기에 대한 변론기일 지연에 대해서는 해당 토지는 경매분할을 하는 것이 부적당한 토지인데 조합 측이 토지 6분의 1 지분권자인 하나자산신탁과 결탁해 진행한 편법으로 규정했다.
또 조합 측이 제기한 매도청구소송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매도청구소송은 주택건설사업 승인을 받은 뒤 3개월간 협의 절차를 거친 뒤 제기하도록 돼 있지만 조합 측은 사업승인도 받기 전에 소송부터 냈다는 것이다
A씨 측 법률대리인은 "조합이 정상 절차대로 매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면 10월 이후에 판결을 받을 수 있어 5, 6월 분양이 불가능한데도 분양 지연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양측이 합의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집회를 열고 탄원서를 제출하고 여론몰이를 하는 등 떼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양측의 대립으로 해결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수성범어지역조합주택 현장은 대구 수성구 중에서도 범어네거리 인접한 최중심 자리인 데다 10여 년 동안 슬럼화돼 있어 대구로서도 너무 큰 손실”이라며 “빠른 합의로 조합원들이 더 이상 금전적인 손해와 마음고생을 강요당하지 않고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news1213@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