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게 갑질을 해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부기 구의원에 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대구 서구의회가 공무국외여행을 강행해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4일 대구 서구의회에 따르면 의회 의원 11명 중 2명을 제외한 9명은 공무국외여행을 떠난다. 여행에서 빠지는 의원은 민부기 의원과 오세광 의원이다.
특히 나머지 의원 9명은 오는 11월6~13일 6박 8일 동안 호주와 뉴질랜드를 둘러본다. 비용은 1인당 263만원을 책정해 서구의회 예산에서 부담하고 부족한 금액은 의원이 충당한다.
조영순 서구의회 의장은 "공무국외출장계획에서 연수 목적을 구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을 찾아 우리 실정에 맞는 시책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민부기 의원의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민 의원은 공무원에게 호통을 치는 모습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해 갑질 논란이 일었다.
공무원 노조가 국민권익위원회에 민 의원의 갑질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진정을 내자 그제야 민 의원은 A4용지 2장 분량의 자필 사과문을 냈다.
이 같은 문제는 서구의회 전체의 문제로 볼 수 있는데 공무국외여행을 강행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구청 관계자는 "갑질 의원의 사과는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해당 의원이 불참하는 것으로 정리를 하고 해외연수를 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공무국외여행의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의원들은 시드니올림픽공원, 블루마운틴, 시드니주립미술관, 오페라하우스 등 유명한 곳을 돌아보고 온다.
그러나 6박 8일 공무국외여행 중 공식 일정은 수에즈 리사이클&리커버리, 그린스퀘어 도서관, 인디팬던트 리빙 서비스, 로토루아 시청·시의회 등 5곳을 방문하는 게 전부다.
공무원 동행 문제 역시 의문이 따른다. 의원 9명이 가는 공무국외여행에 공무원 5명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공무원들은 '의원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공무국외여행을 가는 것과 다름이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서구 한 공무원은 "몇 년 전 의회 공무국외여행을 따라갔다가 의원들의 잔심부름과 캐리어를 들어주는 등 뒤치다꺼리만 했다"면서 "공무원들도 불편한 자리라 대부분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의원연수가 이뤄지려면 의회 내 심사위원회의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관례로 이어지던 공무국외여행 자체를 없애는 것도 방안이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특히 정기회도 앞두고 있고 한해를 마무리 해야 하는 차원에서 예산도 꼼꼼히 살펴 봐야하는데 굳이 이 시기에 가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라면서, "민 의원 사태도 있고 분위기가 나쁜데 국외여행을 가는 건 주민정서와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보문옥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