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6-11-02 23:57:36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강순희 지음

전 경운대 겸임교수 반병목
홈페이지담당자 기자 / 2341호입력 : 2026년 06월 2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강순희씨는 얘기한다.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 오늘 밤에 죽어도 괜찮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으니까.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고 말하지 않은 겁니다.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구술 기록을 읽으면서 자신의 운명을 씩씩하게 살아온 강순희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북만주에서 자라고 평양에서 꿈을 키웠다. 영변의 약산으로 알려진 평안도 영변 인근에서 태어나, 만주 하얼빈에서 자랐고, 평양에서 청소년기를 보냈으며, 한국전쟁 중 가족과 함께 남쪽으로 피난 왔다가 부산에 정착해서 살았다. 한국은행 재직 중 혁신 운동에 뜻을 둔 우홍선을 만나 가정을 이뤘고 3녀 1남을 뒀다. 1974년 남편 우홍선이 세칭 ‘인민혁명당사건’관련자로 구속됐고, 이듬해 4월 9일 대법 확정판결 다음 날 새벽 사형당했다. 이후 네 자녀를 돌보며 남편의 억울한 죽음을 증언하고 민주화운동에 함께 했다.

당시 그의 손을 잡아 준 종교인, 이웃에 대한 기억을 이 책에 기록하고 있다. 네 자녀 어머니로 남편 옥바라지 갈 때도 선글라스에 양장 옷을 빼입고 나섰던 시대를 앞서 산 아흔세 살 강순희 씨가 유시민에게 구술한 자서전이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사랑’한마디로 요약한다. 사랑으로 컸고, 사랑으로 가정을 이뤘으며, 사랑으로 억울한 참척의 고통을 견디고 살아올 수 있었노라 사랑이 있으니 살아지더라!는 한 인간의 위대한 삶을 느낄 수 있었고, 역사를 호흡할 수 있게 하는 책이다.

문정현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강순희 님 삶은 진실 찾기의 긴 여정이었습니다. 이제 그 기록이 세상의 빛을 봅니다. 이전에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책도 여러 권 나왔지만, 이렇게 그 사건 기록 속에 묻혔던 한 개인의 일상을 자세하고 감동적으로 들어낸 책은 처음일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현대사가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세세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참으로 소중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아들 우구는 에필로그에서 그 어머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머님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어느 화창한 초여름날 화려한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이쁘다고 느끼면서 자꾸 엄마를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내 방 서랍장 위에 있는, 환하게 웃으시는 사진 속 어머님은 여전히 이쁘시다. 어머님 환갑 기념으로 찍은 사진인데, 나중에 영정 사진으로 쓰시겠다며 얼굴만 나오는 독사진을 찍으셨다, 김지하 시인 어머니의 ‘너는 울어도 웃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대목이 새삼 떠올랐다. 어머니는 힘든 일이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지나간 일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희망을 품고 준비하셨다. 어머님 인생은 짧은 행복과 긴 어려움 속에 계셨지만, 과거에 매이거나 현재의 불행한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항상 오뚝이같이 다시 일어나 최선을 다하는 여정이셨다“

손녀 우솔아는 “할머니! 대단해요. 자랑스럽습니다” 이웃인 이수병의 아내 이정숙은 “형님 덕분에 참 잘 살았어요”,

4.9통일평화재단 사료 실장 이창훈은 “산 자를 살리는 기록”이라고 했다. 리뷰에는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민주운동가들과 가족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이런 좋은 일에 재능기부를 해주고 책표지부터 너무 따뜻해 보여요. 대한민국 역사를 관통하신 주인공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내셨을지.책이 빨리 오면 좋겠어, 너무 기대됩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독재정권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유시민 작가 재능 기부로 할머니의 지나온 이야기 잘 읽어 보겠습니다. 권력이 있다고, 자기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죽이는 일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그런 것을 시도한 권력자와 그 부역자는 10배 100배의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인혁당 사건이 크게 조명 받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강순희 할머니 세월을 존경하고 위로하고 싶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시험 치는 거라 고시합격하고 변호사하면서 그저 먹고사는 일에 얽매이면서도 부끄럽지만 (중략)마음에는 안들지만 그래도 한 번 이해해 보자고 그려주셨는데, 맞니 틀리니 하는 세간의 소리에, 정말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마저 듭니다. 또 하나의 선물! 사랑 살아집디다. 잘 읽고 새기겠습니다. 늘 감사올립니다. 잘~들 놀아라, 나는 간다. 남은 인생이라도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로 살아 나가야겠다. 내 삶이 우리 역사, 조선의 역사다! 이 역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내 삶의 마지막 과제라고 여겼다”

모두들 감동 받은 것 같다. 그 엄혹한 세월을 살아오면서도 꿋꿋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힘들게 오랜 세월 살아준 강순희 님께 존경의 찬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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