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2025-09-04 19:11:21

복(福)

장 선 아 교수
경북과학대학교

세명일보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09일 트위터 페이스북 밴드 카카오톡 네이버블로그 URL복사

영하의 기온에다 칼바람까지 맞으면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기위해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섰다. 현장에는 예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옷깃 사이로 스며드는 한기를 무릅쓰고 있었다. 그들도 아마 나처럼, 새해 첫 일출의 의미 있는 순간에 나름대로의 소원 하나씩을 빌어 영상에 담아내기 위해서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해맞이 장소에 모이는 까닭은, 매일 뜨고 지기를 반복하면서도 유독 1월 1일에 떠오르는 해가 평소와 달라 보이고 그 자태 또한 더욱 고귀하다고까지 느끼는 공통된 감정도 밑바탕에 깔려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들도 나처럼 꼭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 속 소망에 대한 바람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말하자면 한 해의 ‘복(福)’을 바라는 새해 첫날의 가장 간절한 마음 같은 것일 게다.
그런 간절한 마음은 연말연시에도 나타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그러나 나는 “새해 건강하세요!”를 많이 쓴다. 전자는 필자가 지난 몇 주 가장 많이 들었던 새해인사였고, 후자는 필자가 가장 많이 주었던 인사말이다.
문득 복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복이라 함은 기본적으로 삶에서 누리는 행운, 행복 같은 것이다. 그러기에 처한 환경이나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당연히 상이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재물이 들어오는 것이 복일 수 있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한 몸이 복일 수 있으며, 또 다른 사람에게는 인정을 받는 것이 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즐겨 써온 말로 가장 행복한 삶을 살 때 “오복(五福)에 들었다” “오복을 갖췄다”고 하는 말을 사용하고 새집을 지을 때도 대들보에 써서 복을 빌었다고 한다. 여러 경전 중 ‘서경’을 통한 문헌상에 나타난 것으로, 첫째는 장수, 둘째는 부유, 셋째 건강, 넷째는 덕(德), 다섯째로는 깨끗한 죽음을 맞는 것이라 했다.
이렇듯 복은 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을 일생동안 추구해야 하는 가치관인 동시에 그때그때 성취했으면 하는 평범한 생활목표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생활의 증거는 어릴 적 기억 속에도 있다. 새해가 밝으면 어김없이 동네 골목길을 울리던 소리가 아직도 귀에 또렷하게 들리는 듯하다. “복 사세요! 복 사세요!” 새끼를 꼬아 만든 늘씬하게 생긴 ‘복주머니 장수’의 새벽을 가르던 우렁찬 목소리다. 부족한 잠을 뒤로 하고 그 사람의 목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쌈짓돈을 움켜쥐고 그 소리를 따라 달려 나갔었다. 복은 원하는 사람에게 팔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주고 사기도 하는 우리의 보편 타당한 가치관의 한 형태였다는 사실에 이의가 없었던 시대였다.
이제 그런 복의 개념이 조금은 바뀌는 듯하다. 건강이나 행복과 같은 무형성보다는 돈이나 재물과 같은 유형성에 그 무게가 옮겨지고 있는 사회추세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보다는 “돈 많이 버세요!” “부자 되세요!” “복권 대박!” 등이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다. 이번 연말연시에 받은 인사문자에서도 그 대부분은 ‘5만 원 권 돈을 세는 동영상’이나 ‘수레에 돈을 가득 실은 모습’ 등이었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일상의 작은 소소한 행복을 가지시라는 내용의 인사로는 주는 이나 받는 이가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추세는 아닌 듯하다. 예컨대 일본은 새해 아침마다 복주머니 쟁탈전을 벌인다고 한다. 백화점 등의 건물 앞에선 새벽부터 복주머니를 사기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오픈과 동시에 고객들이 ‘복주머니를 잡기 위해’ 매장 안으로 질주를 한다고 한다. 한 백화점에서 70개 한정으로 1만800엔 복주머니를 진열했는데, 그 안에는 3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상품을 담아놓았으니 당연한 진풍경이 펼쳐졌을 것이다. 문제는 바로 그 ‘복’이 행복과 같은 무형성이 아니라 경쟁자보다 일찍 잡기만 하면 몇 배로 늘어나는 ‘돈’과 같은 유형성이라는 데에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니 요즘의 ‘복’에 무형의 가치가 제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아닌가 안타까운 마음인 것이다.
인간의 소망은 모두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다만 그런 가치가 새해 아침에 바라는 ‘복’이라는 것을 지나치게 부와 연결시키고, 물질적인 성공에만 국한시키게 되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다.
누구나가 더 나은 삶을 얻고자 복을 바라는 것은 다를 바 없을 것이나, 무엇보다 자신의 삶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무형의 복이 우리가 새해 아침에 빌어야 할 진정한 복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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